본문 바로가기

교육

대학강좌 듣는 중고생 8개월 새 7배 늘었다

대학강좌 듣는 중고생 8개월 새 7배 늘었다


 


대학 강의를 수강하는 고교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대학들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K-MOOC·케이-무크)’가 고교생과 대학을 잇는 매개로 활용되고 있다.

케이-무크는 미국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적 명문대학이 참여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의 한국판 버전으로 개발됐다. 케이-무크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국내 유수 대학들이 운영하는 명품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고교생들은 관심 있는 케이-무크를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학교 수업과 교과서만으론 충족되지 않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옛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에서 활용하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과 전공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착실히 준비해 왔다는 점을 어필할 ‘무기’로 염두에 두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케이-무크를 ‘학종 시대’의 새 대입 트렌드로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17일 발표한 ‘케이-무크 연령대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19세 이하 가입자는 지난 14일 현재 1만2246명이다. 고교생이 1만1033명으로 90%를 차지했다. 케이-무크 전체 가입자가 7만9635명으로 집계됐는데 예닐곱 중 한 명이 고교생 이하였다. 지난해 11월 처음 연령대별 통계가 집계됐을 때는 고교생 이하 가입자 수가 1763명이었는데 8개월 새 7배 증가했다.

‘대입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고교 1학년생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183명에서 3111명으로 17배나 늘어났다. 청·장년층까지 포함해 전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2는 780명에서 4366명, 고3 수험생은 649명에서 3556명으로 각각 5.6배, 5.5배 늘었다.

고교생 전체가 178만명(2015년 교육기본통계)인 점을 감안하면 1% 미만의 극소수가 케이-무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조만간 수험생들이 대입 필수 스펙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 서울 소재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이수 증서 자체로 가점을 주진 않겠지만, 심층면접 등에서 강의를 소화한 점이 입증된다면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을 어필할 도구로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국민일보 홈페이지] [페이스북 바로가기]

 

 

호기심 뛰어넘는 명품 강의… ‘미래의 나’를 설계한다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거실에 앉아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강좌를 수강하고 필요하면 인증서를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에덱스(edX)와 코세라(Coursera), 유다시티(Udacity)와 같은 대표적인 온라인 공개강좌(무크·MOOC) 사이트에는 미국 아이비리그와 유럽 명문 상아탑들의 명강의가 집결돼 있다. 지구촌 교육계는 마치 지식을 쇼핑하듯 이런 명강의를 소비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가 문을 열었다. 아직 강좌 수가 많진 않지만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명품 강의를 공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일보는 5회에 걸쳐 ‘무크 현상’이 국내 교육계 미치는 파장을 조명해봤다. 갓 시작된 서비스지만 중·고교 교실부터 대학 강의실까지 변화의 조짐은 심상치 않다.

대원외고 2학년 신승우군은 미시경제학 대가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를 수강한 뒤 경제학자의 꿈을 더욱 구체화했다. 이 강의는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서울대가 지난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케이-무크)’ 사업의 일환으로 개설했다. 케이-무크는 정부 지원과 대학의 투자로 ‘명품 강의’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일반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군은 중학생 때부터 경제 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관련 도서나 신문을 탐독하고 아이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토론 활동을 펴기도 했다. 미국 하버드대 등에서 제공하는 영어권 무크 강의를 두드리기도 했지만 언어 장벽도 있었고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이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는 신군의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해 줬다. 한국형 무크 사업이 시작됐고 이 명예교수의 강의가 개설됐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곧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궁금한 점을 교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아 동아리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신군은 3학년에 올라가도 시간을 쪼개 케이-무크 강의를 계속 들을 생각이다. 신군은 17일 “(케이-무크로) 경제학 등 여러 학문적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분석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졌다”면서 “영어권 무크 강좌는 수천개인데 케이-무크는 아직 20여개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했다.

케이-무크는 고교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의를 개인적으로 수강해 일방적으로 지식을 수용하기보다는 학습동아리 활동에 케이-무크 강의를 접목해 지식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민고 2학년 이예진양에게도 케이-무크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양은 초등학생 때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위인전을 읽고 건축가의 꿈을 키워오고 있었다. 고교 1학년 때인 지난해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해외에서 시작된 무크가 한국에서도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강의 목록을 훑어보다 낯익은 교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한양대 서현 교수의 ‘건축공간론’이었다. 이양은 서 교수의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인상 깊게 읽었던 경험이 있었다.

강의는 이양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딱딱한 공학적 설명에서 탈피해 예술·사회·역사 등이 녹아 있었다. 무엇보다 책으론 접하기 어려운 교수의 피드백이 좋았다. 이양은 새 강의가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시험 기간에 못 들은 강의는 끝난 뒤 몰아서 듣기도 했다. 교내 건축동아리 친구들을 이끌고 한양대에서 열린 오프라인 수업에 참가하는 등 ‘푹 빠져’ 살았다. 이양은 “‘여자가 무슨 건축이냐’는 주변의 우려로 조금씩 꿈이 흔들리던 차에 케이-무크를 접해 꿈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용인외고 3학년 신서현양도 케이-무크 예찬론자다. 고3수험생이어서 동아리활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강의는 꾸준히 듣고 있다. 신양의 관심사는 경영학, 법학, 국제관계학 등 다양하다. 부산외국어대 경영학부 윤갑호 교수의 ‘인적자원관리’,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등을 이수했다. 최근엔 제주대 강기춘 교수의 ‘계량 경제학’을 신청했다. 특히 ‘인적자원관리’ 강의는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 때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강의는 기업이 어떤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다뤘기 때문에 대입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신양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데 케이-무크는 보다 큰 세상과 접하는 창 같았다”며 “강의마다 주어지는 퀴즈를 풀고 토론하고 글도 쓰면서 함께 호흡하며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를 잘하고 여유가 있다면 해외 무크로도 시야를 넓혀보도록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국민일보 홈페이지]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