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입시

) 수능 마친 고3 수험생 "수능 점수로 대학 가는게 복잡한 고차방정식 같아요"

(17) 수능 마친 고3 수험생 "수능 점수로 대학 가는게 복잡한 고차방정식 같아요"

1년 한번 시험에 1점차로 인생이 바뀐다 생각해봐요
같은 수능점수 받더라도 영역별 조합따라 희비..

시간당 15만원 논술과외 이것도 필승 다짐 못해요


 


저는 지난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입니다. 지난주엔 고등학교 마지막 기말고사도 끝났습니다. 약 한 달 뒤면 그토록 기다렸던 스무 살이 됩니다. 수능 날 저녁, 뉴스를 보니 올해 수능도 '물수능'이라는 이야기가 나와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너무 쉬웠던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시험이었다'는 게 저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의 생각입니다. 결과는 이미 받아들었고, 남은 시간동안 전략을 잘 세워야겠죠. 수능이 끝난 요즘 저는 수능 전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넉넉하게 점수를 받았거나, 수시모집에 합격한 친구들은 지난 12년간의 학창시절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저처럼 모자라는 점수를 받아들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관련기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거나 실제 지원여부와 전략을 수립할 때 경쟁률은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이 경쟁률을 따지다보면 머리가 금세 지끈거립니다.

대입 전형은 매년 바뀌고, 대학에 따라 지원율은 춤을 춥니다. 경쟁률은 수능 난이도, 각 대학의 모집인원, 전형방법, 사회적 이슈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욱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수능 응시생은 매년 1만명가량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수능 지원자는 지난해 대비 1.5% 감소한 63만1184명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6년 새 최저치입니다.

하지만 함께 경쟁해야 할 재수생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3인 제게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재학생 지원자는 전년 대비 1만2976명 감소했지만 졸업생은 전년 대비 4551명 증가해 3.5% 늘었습니다.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감과 점점 높아져만 가는 취업 문턱이 '대학 간판'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나마 올해 수능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은 편입니다. 수시모집으로도 몇 군데 대학에 원서를 넣어 최근 면접까지 마쳤습니다. 12월 초면 결과가 하나둘 나오겠지요. 저의 '인 서울(In Seoul·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위해 온 가족이 전쟁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수시모집으로 당락이 나뉘면, 그 다음부턴 정시모집이 시작됩니다. 수능 점수로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수능 점수를 받았더라도 영역별 점수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주말이면 부모님은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대학 입시설명회장을 찾아다닙니다. 행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들로 가득 차고, 워낙 열기가 뜨겁다보니 매번 '총성 없는 전쟁터'가 됩니다.

논술시험도 치러야 합니다. 수능 다음 날, 제 어머니는 유명하다는 서울 목동의 한 논술학원 앞에서 꼭두새벽부터 번호표를 받아들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수험생 사이에서 입소문 난 논술학원엔 아무나 등록할 수도 없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가채점 점수를 받아야만 하고, 100만원에 육박하는 학원비 부담을 감수해야 하거든요. 논술 과외를 받는 한 친구는 시간당 15만원을 내고 수업을 듣습니다. '필승'을 다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년에 딱 한 번, 가혹하단 생각도

올해 입시가 자칫 실패로 끝이 난다면 저는 365일을 다시 기다려야 합니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입니다. 물론 일찌감치 재수를 결정하고 학원을 알아보는 친구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능 결과에 낙심해 대뜸 '외국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한 친구도 봤습니다.

배치표를 놓고 어느 대학에 지원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보면 '마지막에 고쳐 쓴 몇 문제만 다 맞혔더라도…' 하는 생각에 속이 쓰립니다.

1년에 단 한 번 시험을 치르고, 1~2점 차이로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생각해보세요. 한 해에 단 한 번 치르는 시험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이 우열을 가르는 최선의 방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더 서글픈 건 공부만 잘해서 되는 세상도 아니란 점입니다. 요즘은 전체 대입 정원의 60~70%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다 보니 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거든요.

탄탄한 내신 점수는 기본입니다. 학기마다 치르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에서 매번 좋은 점수를 받아두어야만 하는 이유이지요. 수능 준비도 따로 해야 하고요.

따라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어느 대학에 진학할지 정해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합니다. 대학별 입시전형은 천차만별이고, 그마저도 매년 바뀌기 때문에 미리 알아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는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반드시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듭니다.

이 때문에 수능이 끝났어도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무기력감을 느낍니다. 12년을 준비해 온 시험에서 해방됐지만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자칭 '저주받은 세대'인 우리들, 올겨울을 얼마나 훈훈하게 보낼 수 있을까요?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이 기사는 대입수험생의 고민과 애환을 1인칭 시점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