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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10년 안에 집마다 3D 프린터 … 디자인 파일 받아 새 옷 ‘출력’

10년 안에 집마다 3D 프린터 … 디자인 파일 받아 새 옷 ‘출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이제는 ‘10개월이면 강산이 변한다’로 바뀌어 불리는 세상이다. 특히 정보기술(IT)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 세상은 어떤 놀라운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는 최근 저명한 미래학자 7명으로부터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해보이는 뇌연결, 로봇 의사 등이 변화상으로 제시됐다. 10년 전 만해도 먼 미래의 기술로 생각했던 스마트폰·내비게이션·태블릿 기기가 이미 일상 생활에 자리잡은 것처럼 이들의 예측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들을 포함해 주요 미래학자·IT전문가들이 언급한 미래 세상을 미리 짚어봤다. 새로운 IT 패러다임은 이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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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 있으면 못 만들 물건 없어
3차 산업혁명 가능

 


도면·재료만 있으면 뚝딱=인공지능 연구자이자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3D프린터를 활용해 저렴하게 옷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에서 디자인 데이터를 무료로 내려받아 3D프린터로 출력해 만든 옷을 입고 다니면 된다. 물론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 파일은 다운로드를 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 3D 프린터로 건축자재를 프린터 해 레고블록처럼 집·건물을 조립해 짓거나, 환자의 줄기세포를 복제해 인공장기·조직을 만드는 일도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3D프린터의 쓰임새는 넓어지는 추세다. 이미 3D프린터로 만든 운동화·비키니 등이 등장했고, 인공뼈·치아 제작, 소형 항공기 부품 생산에도 쓰이고 있다.

 3D프린터는 그래픽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어떤 3차원의 물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핵심 기술로 조명받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속화하고, 별도의 금형제작 없이 제품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로 차량 네트워크 연결
교통편 자동화 시대


운전대에서 해방=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섬뜩할 이야기지만 전문가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미래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다. 이미 구글은 2020년 상용화를 선언했고, 포드·다임러 등 자동차회사들도 자체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차는 입체카메라·레이더 등을 이용해 주행속도와 자동차 간의 거리를 조절하고, 위성항법장치(GPS)로 파악한 데이터를 결합해 목적지를 찾아간다. 더 나아가 모든 자동차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중앙 센터에서 도시의 교통을 통제한다. 센터의 지시에 따라 차선·방향을 바꾸고 위기에 대처하며, 가장 빠른 길을 찾아가게 된다. 다만 해킹과 GPS 교란, 레이더 전파 방해 등으로부터 완벽하게 대처해야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브레인 게임’ 진행자인 제이슨 실바는 “각종 교통수단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화 시스템이 일상 생활에 자리잡는다”라며 “손가락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똑똑해지는 인공지능
영상·빅데이터 분석해 범죄 예방, 컨설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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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못지 않은 인공지능=일반적인 컴퓨터는 인간 명령에 따라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 의미를 스스로 해석해 최적의 처리 방법을 선택·실행한다. 얼굴인식, 음성 번역 같은 서비스가 모두 인공지능에서 나온 기술이다. 이런 인공지능은 머지않아 인간만큼 똑똑해진다.

 미래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의료정보는 엄청나게 늘고 있지만 인간이 이를 흡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은 의료정보를 조사·분석해 종합적인 진단결과와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CCTV영상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각종 사고·테러 등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주식 투자, 자산관리,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는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석학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문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미래연구소 제임스 캔턴 대표는 “인공지능은 자동차·로봇·주택·병원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인공지능 경제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웨어러블기기 이용 … 산골 환자 원격진료
로봇으로 증상 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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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은 e메일로=웨어러블 기기로 집에서 혈압·혈당을 측정한 뒤 그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의사에게 보낸다. 영상전화로 상담을 받은 뒤 e메일로 전송받은 처방전을 프린트해 약국에서 약을 구입한다. 산간 오지나 군부대 등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곳에선 의료진이 원격 조종을 통해 로봇 진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10년 뒤 우리 생활에서 이런 ‘원격 의료’가 일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원격 의료 기술은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히는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치료하는 데에도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런던의 트렌드 예측 기관인 ‘키예르 글로벌’ 창립자인 안네 리세 키예르 박사는 “최신 의료기술을 저소득층도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의료 평등을 이루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개인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의약품과 질병 예방법이 등장해 ‘100세 노인’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을 시대가 올 전망이다.

인터넷 → 브레인넷 … 컴퓨터와 두뇌 연결
감정·기억·느낌 전달


영화 배우의 감정도 전달=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이론물리학 교수는 ‘인터넷’이 ‘브레인넷’으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의 생각과 감정·기억·느낌을 전송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사람의 뇌는 연결돼 컴퓨터가 사람의 생각을 해석한다. 덕분에 영화에서는 영상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감정까지 관객에게 전달하고, 10대들 사이에서는 졸업식·데이트 당시의 감정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가 인기를 끈다. 이처럼 서로의 감정을 체험하게 되면 사람 사이의 갈등도 줄어든다는 게 카쿠 박사의 설명이다.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리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 뇌 프로젝트, 유럽연합의 인간 두뇌 프로젝트 등 선진국의 뇌과학 연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에이미 잘만 세계미래사회 의장은 “뇌 분석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신뢰하고 협동하며, 왜 싸우고 증오하는지 이해하면 더 나은 정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자가 원하는대로
서비스·재화 즉각 제공
온디맨드 사업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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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 대신 기술 활용=『낙관주의자의 미래 여행』 저자인 마크 스티븐슨은 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대신 첨단 기술을 사회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페이션츠라이크미’와 같은 환자 간 정보공유 네트워크,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커리큘럼을 없앤 학교, 정보를 공개·공유하는 방식으로 백신·치료약을 개발 중인 인도의 ‘오픈소스포드럭디스커버리’ 프로그램 등이 이런 흐름을 반영한 제도 변화다.

 각종 서비스·재화가 온라인 네트워크 등 IT기술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로 즉각 제공되는 온디맨드(On-demand) 비즈니스도 그렇다. 현재는 주로 음악·영화·전자책 같은 디지털 콘텐트와 택시·대리운전·음식주문 같은 간단한 서비스에 국한됐다. 그러나 미래에는 3D프린터·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교육·의료 등 고급 서비스는 물론 각종 공산품이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제이슨 실바는 “ 비용은 저렴해지면서, 수요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가구 1로봇 시대 오고
촉각·후각도 가상체험
실시간 번역기 등장도

◆600만불의 사나이 나온다
=주요 연구소·미래학자·IT전문가 등은 이외에도 다른 새로운 기술이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삶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미쯔비시연구소는 2020년 대에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봤다. 주부 대신 각종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가사로봇, 노인을 돌보는 실버로봇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상현실(VR) 기술의 대중화로 집에서 골프·패러글라이딩 등을 즐기는 것도 흔한 일이 된다. 현재 VR은 시각적으로 가상체험을 할 수 있는 단계다. 앞으로는 시각·청각은 물론 촉각·후각까지 현실세계와 똑같은 체험을 하게 도와준다.

 실시간 음성번역기의 등장으로 언어의 장벽도 사라진다. 음성인식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말을 90% 이상 이해하고, 다른 언어로 통역해주 게 된다. 이밖에 무선 전력전송의 상용화,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기계-인체 연결 기술, 유전자 편집 등도 미래학자들이 꼽는 10년 후의 미래상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