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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공부는 어떻게?

"한 권에 개념·풀이 구조적 정리… 내용 한눈에 파악돼요"

"한 권에 개념·풀이 구조적 정리… 내용 한눈에 파악돼요"

최상위권 학생 공부 비결

교과서·노트 단권화하기

상위 0.1%의 최상위권 학생, 명문대 합격생들을 만나면 공통으로 말하는 공부법이 있다. 바로 '단권화'다. 단권화란 학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혼자 공부한 내용 등을 교과서나 노트 한 권에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수업시간에 노트 필기를 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학생이 많은 상황에, 우등생들은 왜 더 손이 많이 가는 단권화 학습법을 고수하는 것일까? 최상위권 학생 3인의 교과서·노트를 들춰봤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창현 군의 노트, 서재현 군의 노트, 서재현군, 이영양, 서창현군./이경민 기자, 장은수 객원기자

서재현(서울 환일고 2) "수업 내용과 시험 문제 비교하면 필기 요령 생겨"

서재현군은 주로 국어 문학, 한국사, 과학 과목에서 '단권화' 방법을 쓴다. 그중에서도 문학은 교과서, 한국사와 과학은 노트를 활용한다. 과목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군은 "과학은 교과서에 없는 심화 내용이 수업에서 나올 때가 많아 교과서보다 노트에 정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단권화 공부법을 시작한 건 고교 입학 후였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 보니 선생님 설명이 곧 시험 문제였다"며 "수업 중 선생님 말씀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물론 고 1 초에는 시행착오도 거쳤다.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몰라 선생님 말을 전부 받아 적곤 했다. 그는 "학교 시험을 한두 번 치러 보니, 선생님 설명 중 무엇이 중요하며 어떤 내용이 시험에 나오는지 알게 됐다"며 "수업 중 내가 적은 내용과 시험 문제를 비교하면 필기 요령을 터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학교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서군은 매일 저녁 한 시간씩 그날 수업 내용을 복습한다. 복습하면서 교과서(노트)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데, 이때 자습서 등 다른 교재에서 본 중요한 내용까지 함께 적는다. 서군은 "중학교까지는 교과서를 한 번 읽어보는 등 수박 겉핥기 식으로 공부했다"며 "고등학교에 와서는 개념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모의고사에서 국어·영어·수학 1등급, 내신 전교 3등(이과) 이내의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다. 서군은 "단권화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된다"며 "더불어 학교 시험 때 교과서(노트) 한 권만 가지고 완벽하게 공부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서창현(서울 강서고 2)"개념 정리만큼 중요한 건 예시문과 문제풀이"

서창현군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을 '단권화'했다. 국어의 경우 청산별곡과 동동, 가시리 등 어려운 고전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한 '고전작품 노트'를 만들었다. 예컨대 고전작품 속에서 '곰배(뒤에)' '림배(앞에)' '달욋고지(진달래꽃)'등 어려운 옛말과 표준어 해석은 파란색 볼펜으로, 문단마다 주제는 빨간 펜을 사용해 일괄적으로 정리했다. 서군은 "시험 보기 직전에 작품 속 단어 뜻을 훑어보고 싶다면 파란색만 재빨리 보면 된다"며 "단권화 작업으로 '가독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남들과 달리 개념보다 문제풀이 위주의 노트를 만들었다. 1장에 개념 설명을 마치고, 5~10장에 걸쳐 문제풀이를 했다. 서군은 "개념 필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문제에서 실수하는지를 걸러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영어 문법 1개의 설명에 예시문 5개씩 정리했다. 예시문에서도 꼭 알아둬야 할 문법은 주석을 달듯이 설명해놨다. 서군은 단권화 노트는 꼭 교과서와 함께 봐야 효용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만약 교과서에 나온 관계대명사 내용이 헛갈린다면, 참고서를 뒤적이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자신의 단권화 노트를 보면 돼요. 참고서는 '남의 것'이지만, 단권화 노트는 오롯이 '내 것'이기 때문에 공부 효용성이 매우 높죠."

이영시(서울 광남고 2)"안 보고 쓰는 연습 해야 암기력 좋아져"

이영시양은 '답이 없는 단권화 노트'를 만들었다. 정답을 보지 않고 스스로 써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현대시를 정리할 때 '심상' '주제' '비유법' 등을 표시하지 않은 채 필기를 한다. 이양은 "나중에 연필로 답을 써보면,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며 "자신의 공부 상태를 철저히 점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영어 과목의 경우에도 어려운 단어와 문법 부분을 괄호 처리해 놓고 필기한다. 이양은 "빈칸으로 뚫린 부분에 어떤 단어가 들어가야 할지 힘줘서 보게 된다"며 "빈칸의 정답을 끝까지 알아내려는 버릇 덕분에, 고난도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사회 과목은 '소제목'을 달아 내용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이양은 "예컨대 생명과 윤리 과목의 교과서 단원 제목은 '생명과학의 필요성'처럼 두루뭉술하다"며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이란' '생명과학기술의 예' '생명윤리의 필요성' 등 나름대로 소제목을 붙이고, 마인드맵처럼 가지치기를 해 정리한다"고 설명했다. 소제목을 달면 교과서의 복잡한 내용을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필기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보면 단시간 내 암기할 수 있어요."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조선율 맛있는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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