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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사고 싶어요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사고 싶어요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현대사회다.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개인의 욕망을 모두 충족하기에는 더욱 모자란 상황. 이런 가운데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개인의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고 있으며, 시간부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시간활용에 대한 다양한 인식에 대해 알아본다.

“‘물리적 시간’ 보다는 ‘심리적 시간’에 쫓기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개인 시간의 활용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1%가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거나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은 전체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다. 평소 일상적으로 시간 부족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 원인을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34.1%)보다는 심리적인 시간의 부족(61.5%)에서 찾고 있었다.

트렌드모니터 관계자는 “직장생활이나 학업으로 인한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보다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압박·스트레스 등이 불안감을 불러옴으로써 심리적으로 쫓기는 듯한 삶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해야 하는 일이나 공부가 많다는 생각이 들 때(46.2%·중복응답)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간부족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는 시간의 확보가 안되거나 지금 하는 일이나 공부를 해도 끝이 안 보일 때와 같이 ‘물리적 시간’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시간 부족을 많이 경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막연한 불안감과 일이나 공부를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시간부족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일과 공부가 있는데 능력이 안 따른다고 느껴지거나 남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특히 젊은 층이 해야 하는 일과 공부가 많다는 ▲압박감(51.2%) ▲막연한 불안감(35.5%)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43.2%) ▲뒤쳐진다는 느낌(36.8%)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으로부터 시간 부족을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결과다.

개인 시간 활용에 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 결과에서도 전체 절반 이상이 시간을 살 수만 있다면 사고 싶다고 말할 만큼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51.1%)보다는 남성(60.1%), 그리고 젊은 층에서 시간의 필요성을 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저녁이 있는 삶’은 여전히 소원한 일이었다. 10명 중 4명만이 지금 충분히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보다 더 우세했다. 또한 너무 여유가 없어서 삶이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42.7%로 적지 않았으며, 최근 들어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하는 회의가 들 때가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즉, 목적 없이 바쁘게 굴러가는 일상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사회 전반에 걸쳐 적지 않게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허리계층’이라 할 수 있는 30~40대에게서 삶의 여유가 없어 답답하며, 바쁜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 10명 중 2명은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을 견디기가 어렵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다만 요즘 같은 사회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도 23.1%로 적지 않은 편이었다.

작년에 비해 사람들은 잠은 덜 자고, 일과 공부는 더 많이 하고 있었다. 먼저 수면시간의 변화여부를 조사해본 결과, 4명 중 1명이 작년보다 수면시간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다른 연령대보다 20대 수면시간 감소현상이 두드러졌다. 또한 남성보다 여성의 수면시간이 더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64.9%는 수면시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으며, 작년에 비해 수면시간이 증가한 것 같다는 응답자는 8.6%에 불과했다. 반면 업무 및 학업을 위해 사용되는 시간은 작년 대비 증가했다는 응답(22.2%)이 감소했다는 응답(16.2%)보다 우세했다.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은 61.7%였다. 업무 및 학업시간의 증가 현상은 연령이 낮을수록 눈에 띄었다.

다시 말해 전반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작년보다 잠도 덜 자고, 업무나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는 결과다.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15%만이 나만의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만을 위한 시간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평소 개인 여가시간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10명 중 3명 이상으로 적지 않았다.

나만의 시간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연령대는 30대로, 그만큼 가정과 직장을 오가면서 좀처럼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상대적으로 개인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였다. 만약 나만의 시간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 하고 싶은 여가생활로는 여행(54.3%·중복응답)과 취미활동(5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여행은 여성(57.7%), 취미활동은 남성(54.4%)이 좀 더 많이 원하는 여가생활 활동이었다. ▲영화감상(46.2%) ▲독서(33%) ▲잠깐동안의 수면(29.1%) ▲음악감상·연주(26.1%)를 원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으며 그냥 누워 있거나(24.3%)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22.9%)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소비자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결과, 주중과 평일의 경우 평균적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3.6시간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에는 역시 업무시간(7.54시간)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으며,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7.02시간이었다.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2.48시간, 식사시간은 2.07시간, 공부시간은 1.29시간이었다.

업무시간의 비중은 남성(8.59시간)이 여성(6.49시간)보다 훨씬 높았으며, 30~40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업무에 쏟고 있었다. 수면시간은 젊은 층일수록 좀 더 많았으며 나만을 위한 시간은 20대와 50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보한 모습이었다.

집안일의 경우 여성의 관여시간(3.16시간)이 남성(1.81시간) 보다 훨씬 많아, 여전히 집안일은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중에 비해 대체로 업무시간이 줄어드는 주말과 휴일에는 나만을 위한 시간과 수면 시간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과 휴일의 평균적인 업무시간은 1.87시간이었으며, 수면시간(8.34시간)과 나만을 위한 시간(6.61시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집안일을 하는 시간과 식사시간도 각각 3.47시간, 2.4시간으로 주중에 비해 늘어났다. 다만 평균 1.3시간 정도 할애되는 공부시간은 평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