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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 사옥변천을 보면 ‘혁신철학’이 보인다

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 사옥변천을 보면 ‘혁신철학’이 보인다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사옥에는 기업의 철학과 문화가 녹아있다. 화려한 외관부터 최고의 복지시설을 갖춘 내부까지 각양각색이다.

국가나 업종마다 사옥의 특색도 다르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옥은 소통을 위해 저층 건물에 칸막이를 없애는 추세다. 특히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사옥 환경은 세계적인 거대 IT기업이 짧은 기간 고속성장을 이뤄낸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최근 창의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수천억원을 들여 새로운 구조의 신사옥 건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처럼 거대 IT 기업이 그동안 거쳐간 사옥을 살펴보면 각 회사가 추구하는 ‘혁신 철학’을 파악할 수 있다.

 


구글 ‘개방성’과 ‘유연성’=구글의 사옥은 개방적이고 유연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구글 사옥에서는 기본적인 복리후생은 물론 최고급 식당과 체육관, 마사지실 등 직원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받는다.

하지만 구글 사옥이 창업 초기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학생이던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창업한 IT기업 구글(Google). 당시 이들은 사업자금 등의 이유로 대학원 동료였던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의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Menlo Park)에 위치한 차고를 빌려 구글을 창업했다.

점차 구글이 성장하자 보이치키의 차고는 비좁아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창립 다음해인 1999년 2월 구글은 8명의 직원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팰러앨토(Palo Alto) 도심에 있는 2층 건물로 옮겼다. 이때부터 페이지와 브린 창업자는 누구나 새벽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마사지 서비스, 탁구대 등을 마련해 회사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먹고, 놀고, 마시면서 일을 하는 현재 구글캠퍼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8월에는 실리콘밸리 마운틴뷰(Mountain View)의 첫 번째 사무실로 이전한 뒤 5년 후인 2004년 3월 마운틴뷰 지역 IT업체 실리콘그래픽스(SGI) 옛 본사로 사용되던 건물로 옮겼다. 이전 후 새로운 본사에는 구글플렉스(Googleplex)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글플렉스는 ‘일하는 사람의 천국’으로 불린다. 회사의 모든 시설이 직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 운영되기 때문이다. 2~3층짜리 저층 건물로 구성된 구글플렉스 밖에는 야외탁자과 울창한 나무, 산책로가 있다. 건물 내부는 칸막이로 나눠진 공간이 아니라 탁 트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하루에 3번 무료로 음식이 제공되며, 언제든 간식을 먹으며 일을 할 수 있다. 또 수영장과 오락실, 마사지실 등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같은 업무 공간의 자유분방한 환경은 협동을 활성화한다는 평가다.

구글은 현재 개방성과 유연성을 강조한 신사옥을 구글플렉스 인근에 짓고 있다. 외관은 유리 섬유로 만들고 사옥 내부에는 나무를 많이 심어 ‘거대한 식물원’ 같은 모습이다.

신사옥은 레고블록처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사무실 구조를 변경할 수 있게 설계됐다. 구글이 개발중인 무인자동차 프로젝트 등 신제품 개발시, 업무에 따라 필요한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구글의 신사옥은 2020년까지 일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 ‘단순함’과 ‘폐쇄성’=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업 애플이 처음 탄생한 곳은 차고였다. 1976년 각각 21세, 26세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앨토스(Los Altos)의 잡스 부모 집 차고에서 애플의 첫 개인용 컴퓨터(PC)인 ‘애플1’을 개발하고 50대를 생산했다.

이들은 지역 소매업체에 애플1을 한 대당 500달러에 총 50대를 팔면서 첫 수익을 올렸다. 주문을 받으면 워즈니악과 잡스는 차고에 틀어박혀 PC를 손수 제작했다.

1977년 1월 잡스는 정식으로 애플컴퓨터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회사의 가치는 5309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사세가 커져 직원이 열 명이 넘자 1978년 차고를 떠나 쿠퍼티노의 스티븐스크리크 거리에 첫 사무실을 마련했다. 일본 전자회사 소니 영업소와 나눠 쓰는 작은 건물이었다. 소니 영업소 옆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은 당시 잡스가 소니를 동경했던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쿠퍼티노의 애플 사무실 평면도를 보면 잡스 특유의 디자인 철학인 단순함과 폐쇄성을 엿볼 수 있다. 크고 작은 방 여러 개로 나눠진 곳마다 잡스를 포함해 직원의 이름이 적혀있다. 당시 잡스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사색할 수 있는 개인 사무공간을 중요시했다.

이사진과의 갈등으로 1985년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퇴출당한 후 애플은 1993년 쿠퍼티노에 새로운 사옥 ‘애플캠퍼스’를 건립했다. 애플캠퍼스는 6개의 평범한 건물로 이뤄져 있다. 잡스가 애플을 떠나있던 동안에 지어진 애플캠퍼스는 창의적인 IT기업 답지 않게 너무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1997년 잡스가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애플로 복귀한 이후 2011년 그는 쿠퍼티노에 우주선모양의 두번째 애플 본사 ‘애플캠퍼스2’ 건설을 제안했다. 잡스는 같은해 숨지기 몇달 전까지도 애플캠퍼스2를 시의회에서 직접 설명하며 추진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당시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애플캠퍼스2는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무용 건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 캠퍼스2는 단순함을 최고 가치로 여겼던 잡스의 철학과 통한다. 외벽이 거대한 곡면 유리로 된 신사옥은 가운데가 뻥 뚫린 도넛 모양이다. 축구 경기장보다 큰 건물 내부 정원에는 숲이 조성된다.

업무공간은 개인 공간을 중요시했던 애플의 첫 사무실과 달리 소통을 더욱 강조했다. 직원들이 원형 복도를 따라 걸어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 직원과 만나 소통하도록 잡스가 의도한 것이다. 하지만 폐쇄성도 일부 드러난다. 도넛 모양 건물답게 사방이 뚫린 완전한 개방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캠퍼스2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이다.



페이스북 ‘창의성’과 ‘실용성’=12세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던 ‘컴퓨터 천재’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2004년 19세의 나이로 하버드대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이어 다음해 캘리포니아 팰러앨토에 첫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시 20세에 불과했던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만화처럼 멋진 회사로 만들고 싶었다. 이에 사무실 벽을 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성 등 거대한 벽화 그림으로 채워넣었다.

벽화는 창의적인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도움이 됐다. 대부분 점심시간 이후 출근해 어두워진 뒤에야 일에 속도가 붙었던 페이스북 직원들에게 벽화는 활기를 불어넣었다.

팰러앨토 사옥에 근무하는 직원이 1000여명이 넘어서자 저커버그는 장기 사업 진행을 위해 더욱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실리콘밸리 중심가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로 평가받는 멘로파크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마이크로) 옛 본사 건물로 이전했다. 썬마이크로의 옛 본사는 차량 370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과 100만평방피트(약 9만3000㎡) 규모의 사무실 등 막대한 공간을 자랑한다.

저커버그는 특히 본사 건물 입구에 IT 업체의 흥망을 상징하는 대형 간판을 일부러 남겨뒀다. 페이스북 상징마크가 새겨진 앞면과 달리 뒷면에는 썬마이크로 로고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급성장하다 단번에 몰락한 썬마이크로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3월 말에는 멘로파크의 신사옥을 완공해 입주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건물이라는 평가다. 신사옥은 내부에 칸막이 없이 전체가 하나로 뻥 뚫린 거대한 ‘원룸’ 공간이다. 여기에서 근무하는 직원 2800여명은 면적 약 4만㎡의 세계 최대 개방형 실내 사무공간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

건물 옥상에는 야외 정원이 펼쳐져 있다. 직원들은 400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라는 옥상정원 산책로를 걸으며 아이디어를 재충전할 수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팀들이 함께일할 수 있는 완벽한 엔지니어링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신사옥을 의도적으로 간단하고 소박하게 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