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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초등학생인데... 벌써 '수포자' 되는 건가요

초등학생인데... 벌써 '수포자' 되는 건가요

초등학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수학... 학원도 해결책은 아니다

[오마이뉴스 김승한 기자]

"모르겠어요. 답을 모르겠어요!"

첫째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엄마와 수학 문제를 같이 풀다가 속상해서 울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문제인데 그걸 자꾸 모른다고 하니 아내도 좀 화가 났나 봅니다. 참 난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난 금요일(4월 10일)의 일입니다. 퇴근하고 아파트 1층에서 올라가는데 웬 아이의 소리가 났습니다. 울고 있는 것 같았고요 뒤이어 귀에 익숙한 여성의 소리도 들렸습니다. 아이를 다그치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다 했는데, 바로 3층에 있는 우리 집에서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수학문제를 모르겠다며 우는 아이, 실은 나도 모르겠다

집에 들어가니 아이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울고 있네요. 아내는 그런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문제집을 넘깁니다. 나보고 아이 숙제를 같이 하라는 거죠.

문제를 먼저 읽었습니다. 근데…….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문제가 뭐라고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뒤에 나오는 답을 한번 봐"

▲ 초등2학년 수학문제 언뜻 어른이 봐도 한 눈에 문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풀다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기도 하겠죠. 문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보니 문제 자체의 맹점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종종드러납니다.
ⓒ 김승한

그래도 오기가 있지. 나는 문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뜻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정답이 쓰인 뒷장을 보았죠. 그리고 문제를 다시 보았습니다. 여기 보고 저기 보고. 문제집의 앞 페이지부터 천천히 읽어보니 그제야 문제가 유도하는 바를 알겠습니다. 하지만 의문이 듭니다. 문제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건지, 이해 못하는 우리들이 어리석은 건지 말입니다.

물론 아이는 수업시간에 이런 유형을 반복하여 풀었겠지만 혼자 집에서 하려니 어려운가 봅니다. 우리 아이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집 앞부분엔 문제도 쉽게 나오고 풀이 과정도 상세하게 서술되다가 갑자기 단계를 뛰어오릅니다. 문제 자체도 성인이 보았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고요.

수학, 모든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과목 1위

3월 24일 자 <파이낸셜 뉴스>에 보면 '초등학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과 이유'에 대한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수학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연산' 때문이랍니다. 내용을 요약해 보면,

▲ 저학년(1~2학년, 2601명)과 고학년(3~6학년, 1만 9487명) 모두 10명 중에 6명은 수학이 가장 어렵다 ▲ 초등학교 1~2학년들은 수학(57%)에 이어 국어(25%) 순으로, 3~6학년은 수학(63%), 사회(20%), 국어(9%) 순이었다 ▲ 수학이 어렵다고 응답한 1~2학년의 경우 연산(67%), 시계와 시각(12%), 길이·높이·무게 측정(11%)을 이유로 들었고 3~6학년은 연산(32%), 약수와 배수(24%)를 지목해 전체적으로 연산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숙제하는 아들 수학시험 30점, 국어 받아쓰기도 30점. 실컷 놀다가 숙제하자고 하면 머리를 긁고 하품하고 손톱을 물어뜯고 연필을 빙빙 돌리다가 엄마에게 한 대 쥐어 맞는다.
ⓒ 김승한
기사에 나온 것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고학년이나 모두 어려워하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수포자'라는 말처럼 이미 수학을 포기하고 대입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40%가 넘습니다. 자칫 잘못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는 대목입니다.
초등학교 수학이란 것이 단순히 외우거나 숫자만 보고 계산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수의 연산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가르치려는 의도가 있을 겁니다. 허나 문제점은 아이들이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함께 문제를 풀다가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교육부의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맞는 정책인가?

수학은 기본적으로 사칙연산의 원리를 깨우치며 이를 바탕으로 응용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게 기본 목표일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단순한 계산의 반복 학습과 수준별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이 생략된 채 일률적으로 난이도를 높여 학생들이 문제를 풀게 하는 건 지나친 기대라는 생각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획되었던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더불어 함께 하는 수학'이란 방향(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수학 교과서를 만들었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수학 교과서가 옛날처럼 수와 사칙연산 기호만 난무하는 책은 아니더라고요. 스토리가 있고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즐기는 수학을 가르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정말 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아서 현 교과서의 스토리텔링 교수법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파이낸셜 뉴스>를 보면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답을 구하기까지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파악하고 논리 있게 추론을 해야겠지만 10명 중 6명 이상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수학문제를 보고 드는 생각은, 일단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과 사용 언어가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게 비틀어 놓았습니다. 논리와 추론이 명확하여 답을 알아냈더라도 교사가 원치 않았던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갖가지 도형을 보고 정답을 구하는 문제는 여러 개의 답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교사가 원하는 답만을 정답으로 처리합니다.

'답은 한 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가 보기에 따라서는 정답이 두 개로 나올 수도 있다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시험지 하단에 이렇게 써 보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가 지웠더라구요. 혹시나 아이에게 불이익이 있을까봐서입니다.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새롭게 바뀐 교수법은, 과거로부터 답습되었던 단순 암기와 계산문제를 탈피하여 학생 스스로가 즐기며 스토리가 있는 일상생활의 수학문제를 만나 응용력과 창의력을 향상 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형만 바뀌었지 내용은 과거처럼 획일적인 정답을 요구할 뿐더러 교사와 교과서의 한계 때문에 학생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학원으로?
?
학부모들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낸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이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아이의 문제풀이 수준과 응용력이 올라갈까요?

학원의 기본목적은 학생의 점수를 올려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와 유형을 분석한 후 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교과서의 저자가 원했던 방법이 아닙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받은 아이는 해당 문제를 접하자마자 바로 정답을 적을 수 있습니다. 문제 유형별로 정답을 '콕' 찍어서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학원수업은 선행학습을 이용한 정답 찾기에 그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16일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은 제1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이 2012년~2014년이 마무리됨에 따라,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성과 및 한계를 분석하고 변화된 정책 환경 및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수학교육 중장기 비전과 추진 과제를 담은 5개년 계획으로 2019년까지 지속한다고 합니다.

?물론 교육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2012년의 '국제 수학교육대회', '수학교육의 해'나 2014년의 '세계 수학자 대회 개최' 및 '한국 수학의 해 선포'등의 성과가 어느 정도일지, 그 여파가 고스란히 학교 수학교육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일입니다. 게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5년간 추진되는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이 1차 계획에서 드러난 난제와 추가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효과를 볼지도 말입니다.

수학 포기자, 수능시험 대상자의 41%

3월 24일 자 <MBC 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2014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할 때 30점도 받지 못한 '수포자'가 41%에 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 포기자는 늘어납니다. 대입시험 학생의 41%가 30점 미만이라면 교육부의 수학 교과 과정이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뿌려댄 천문학적 사교육비의 결과가 이것 밖에 안 된다는 건 공교육의 기본 철학과 교과과정에 커다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할 뿐입니다.

교육부가 시행하는 수학 선진화 종합 계획의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날까요? 정말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정책인지도 의문입니다만 당장 기대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요. 교육은 백 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말이 허무맹랑한 말이 아닌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수학에 재능을 보이며 남들보다 뛰어난 학생도 있는 반면에 국어나 영어 같은 언어 영역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도 있을 겁니다. 수학을 모든 학생들이 잘한다면 좋겠지만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에 과목 간 격차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일부 한 두 과목에 모든 경제력과 시간을 쏟아 부어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