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책상 임대료 내고 휴가 예산 직접 짠다면 | |
[함께하는 교육] 생활 밀착형 금융경제교육꿈을 묻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돈 잘 버는 직업’이라고 대답한다. 부모나 사회를 통해 배운 돈에 대한 인식이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학생들은 ‘돈만 있으면 된다’, ‘돈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지만 ‘돈 활용법’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돈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것인지,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학교에서 배우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실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용어들이 많아 경제 과목을 어려워하는 것도 학생들이 경제나 금융으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일상에 돈 중요’ 생각하는 학생 많지만현실과 맥락 닿은 경제교육은 없어 용돈 관리부터 세금이 무엇인지까지 실질적인 금융 지식 습득 절실 외국의 생활금융교육 등 참고하며 ‘돈 제대로 잘 쓰는 법’ 알려줘야 드라마 <미생>으로 배우는 체험경제수업 “‘미생’을 보다가 무역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학생들 이야기를 들었어요.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된 소재를 다양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교과서에 있는 내용과 드라마 <미생> 내용을 적절히 섞어 ‘미생게임’을 만들었어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샛별중학교 박찬정 교사는 지난해 중학교 1학년 사회과 교과를 가르치면서 티브이엔(tvN) 드라마 <미생>을 배경으로 만든 경제게임 도구를 활용했다. 박 교사는 커피, 석유, 시멘트 등 8개의 자원에 대한 현재 거래 가격을 정해두고, ‘콜롬비아 및 에티오피아에 내전이 발생했다’, ‘엘피지(LPG)가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등 다양한 상황을 제시해 학생들이 자원의 수요·공급 상황 변화에 따른 가격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미생게임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원리 등 기본적인 경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게 하고, 세금이나 복지정책에 관한 내용도 배워나갔다. 각각 비정규직 노동자인 ‘장그래’, 정규직 ‘오과장’ 등 드라마 속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의 역할을 맡아보며 세금과 복지정책에 관해 배우기도 했다. 각 인물의 예상 연봉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해 보며 세금제도의 변화가 각자의 처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토론했다. 2학년 박영식군은 “어른이 되면 그냥 월급을 받고, 그 돈을 쓰는 줄 알았죠. 세금에 대해 배워보니 흥미로웠어요”라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배우다 보니, 이제는 용돈을 쓸 때도 전보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썼기 때문인지 돈이 순식간에 다 없어졌거든요.” 2학년 강예은양은 “수업을 하는 중에도 ‘그래서 밥값이 오르는구나’, ‘돈을 잘 써야 하는구나’ 같은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신문에 나오는 경제 이야기도 조금씩 이해하게 돼 기뻤죠”라며 웃었다. 박 교사는 “사회과 교과서에는 ‘누진세를 적용하면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된다’고 단순하게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며 “교과서 내용들을 단순히 이론적으로 배우기보다는, 경제개념들이 자신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회의 면면에서 일어나는 많은 상황들이 다 경제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체험경제교육교사연구회’에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이 경제를 실생활과 관련지어 이해하도록 돕는 다양한 교구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회에서 만든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는 박 교사한테 전자우편(sun1andmoon2@hanmail.net)으로 문의하면 받을 수 있다. 박 교사와 함께 ‘체험경제교육’을 연구하는 경기 시흥 소래고 김응현 교사 누리집(www.goodteacherkim.co.kr)에서도 관련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 선진국, 연령대별 프로그램 공교육서 운영 샛별중학교 사례처럼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제를 쉽고 가깝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국내에는 많지 않다. 또 공교육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수업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무역에서의 환율거래 등 교과이론 중심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자봉 금융교육센터장은 “선진국의 경우 이르면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연령대별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교육 내에서 운영합니다”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등 일반 시민들이 예측하기 힘든 경제의 변수들이 잦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경제나 금융에 대해 미리 알고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금융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이나 영국의 교육사례들을 살펴보면 모두 ‘생활밀착형’ 경제교육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학생들은 수업뿐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체험한다. 미국의 여러 초·중·고교에서 시행하는 ‘우리 경제교실’(My classroom economy)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시행하는 모든 활동을 경제활동으로 인지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달러’라고 적힌 종이를 일정량 학교에서 지급받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는 그 가상화폐로 벌금을 지불한다. 반대로 청소나 교사 보조 등 학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을 때는 상금을 받는다. 가상화폐는 책상과 의자 임대료를 내는 데도 쓰인다. 학교의 공공재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내면서 학생들은 함께 쓰는 물건을 아끼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뉴저지와 뉴욕의 중·고교에서는 고학년 학생들이 직접 은행지점을 운영한다. 진로교육을 겸하는 셈이다. 은행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저축 등 돈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나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의하기도 한다. 미국은 매년 4월을 ‘금융교육의 달’로 지정해,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대통령이 직접 관련 연설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영국은 2014년 9월부터 11~16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전면 의무교육화 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영국민들이 2011년 12만명에 가까운 시민과 교육전문가들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금융교육 의무화를 요구한 덕이다. 자신의 휴가 예산을 직접 짜보는 ‘내 예산’(My Budget) 프로그램은 영국의 11~14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고정예산과 가변예산을 구분해, 총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자금운용계획을 짠다. 김 센터장은 “한국의 경제교과서에는 ‘예산 짜기’ 관련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경제교육의 핵심은 ‘예산을 잘 짜는 법’을 고민하게 해주는 것이죠. 경제나 금융 관련 이론이나 전문지식보다, 생활 속 경제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사회 진출 후에도 실질적으로 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학생들의 생활금융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회성으로 그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소 2년 이상 체계적으로 공교육이 경제·금융교육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창업 체험하고, 저축 의미 배우며 경제와 친해져 참고할 만한 경제교육 프로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