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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겨울방학 독서로 공부 밑천 쌓자

 
[한겨레신문] 2007년 12월 23일(일) 오후 06:17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예비 중학생과 예비 고등학생이 맞는 겨울방학은 특별하다. 흔히 이 시기에 하는 ‘선행학습’이 상급학교 생활의 성패를 가른다고 믿는다. 6개월, 1년 선행학습을 위해 개설된 학원의 ‘예비 중고교반’이 붐비는 이유다.

하지만 이 시기에 학원에서 하는 선행학습의 수명은 기껏해야 한학기 또는 1년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과 학습과 관련된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3년, 6년의 ‘장수하는’ 교과 지식을 쌓을 수 있다.

■ 교과 지식은 ‘책’으로 완성된다=상급학교로 갈수록 교과서는 점점 더 ‘불친절’해진다. 작전고 정소이 교사(수학)는 “중학교까지는 도형을 직접 그려보는 등 직관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배우지만 고교에서는 공식으로 계산하고 증명하는 추상적인 내용이 많다”며 “단순한 계산력보다 수학적인 사고력이 점차 요구된다”고 했다. 수학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다. 예비 중고등학생들이 수학 관련 교양서적을 통해 메워야 하는 교과서의 ‘공백’이다.

이처럼 교과서만으로는 교과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대성중 곽효길 교사(과학)는 “교과서는 지동설이 옳다고만 가르칠 뿐, 천년 넘게 천동설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다”며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과서가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비약적으로 서술돼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교과서는 어려운 법칙과 복잡한 원리를 설명하면서 무수한 ‘뒷이야기’들을 행간에 생략하고 있다. ‘나무’만을 가리키는 학교 수업에서는 ‘숲’을 보는 지식을 가진 학생이 유리하다. 예비 중고등학생들의 책을 통한 ‘선행학습’은 ‘숲’을 미리 조망하는 작업이다.

■ 책을 통해 교과에 대한 ‘흥미’를=중학교부터는 학사일정이 정기적으로 치르는 내신시험에 맞춰진다. 고교에 진학하면 수능 모의고사까지 더해져 학생들은 거의 매달 시험의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시험’이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학생들은 교과 공부에 ‘흥미’를 잃기 쉽다. 동국대사범대학부속고 이동현 교사(영어)는 “시험 때문에 영어가 싫다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며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으로 영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예비 고등학생들은 미리 영어 원서를 읽는 습관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원서를 읽는 것은 영문법이나 영어단어를 공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활동이기 때문에 중학교까지 쌓아온 영어 실력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회 교과 가운데 지리과목과 역사과목은 ‘암기과목’이라는 편견때문에 ‘새내기’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연현중 이영실 교사(지리)는 “중학교 1학년은 제일 처음 지리를 배우게 되는데 생소한 개념이 많아 무작정 외우려고 하다보면 쉽게 질릴 수 있다”며 “지리교과 관련 책을 미리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낯선 수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학은 책을 통해 ‘흥미’을 불러일으키기에 좋다. 정소이 교사는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실생활에서도 쓰이지 않는 복잡한 공식을 왜 배워야 하는 거냐’는 아이들의 반발(?)에 부닥치곤 한다”며 “수학의 실용적인 쓰임을 설명하려면 수학 관련 교양서가 필수적이다”고 했다.

■ 수능과 논술을 위한 ‘투자’=교과 관련 독서는 좁은 의미에서 ‘입시’와도 맞닿아 있다. 내신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뤄진 학교 수업에서 출제되지만 수능과 논술은 그렇지 않다.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수준높은 사고력을 요구한다. 정소이 교사는 “수능 수리영역의 문제는 계산이 복잡하지 않다. 다만 그 계산식을 도출해내는 사고의 과정이 복잡할 뿐이다”며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며 따라서 문제집을 푸는 것 못지 않게 수학 관련 서적을 읽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대성고 조주희 교사(국어)는 “고교 시절 가장 더디 점수가 오르는 게 언어영역이다”며 “고교 과정이 요구하는 어휘력과 독해력이 없으면 언어영역은 물론이고 다른 교과의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특히 예비 고등학생들은 긴 지문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끈기있게 독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교과서에 실린 지문이 수록된 책을 찾아 완독하면 교과 내용에 대한 훌륭한 ‘선행학습’이 된다.

진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