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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의 이야기

그러니까 땅을 가만히 둬라자연 재배 전도사 송광일 농학 박사

그러니까 땅을 가만히 둬라자연 재배 전도사 송광일 농학 박사

자연의 섭리에 가까운 자연 재배로 수확한 농산물은 경이롭다. 한데 의구심이 끊임없이 든다. 그만큼 일반 상식을 뒤엎는 농법이다. 그간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해 먹은 유기농 농산물도 안심하고 먹을 것이 못된단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식재료가 몸에 좋은가? 자연의 힘으로 재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자연 재배 계몽가로 불리는 송광일 박사를 2년 차 텃밭 농부 최시영 건축 디자이너와 함께 찾았다.

송광일 박사의 하우스 농장에는 미처 수확하지 못한 포도가 그대로 말라 있었다. 이는 땅을 그대로 둔 자연 재배 수확물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사람의 욕심이 자연을 게으르고 약하게 한다
“사람들이 식물을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식물을 소비자 개념으로 보는 겁니다. 땅에 뭐가 있어야 식물이 먹고 산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일반 농민들은 비료나 퇴비로 영양을 공급합니다. 물은 당연히 줘야 하는 걸로 압니다. 지극히 동물적 시각으로 식물을 자신과 같은 소비자 개념으로 보는 거지요. 식물은 생산자입니다. 동물이 소비자지요. 식물은 어떠한 조건에서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즉, 식물은 자기가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생산자인지라, 사람이 비옥한 흙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땅을 만든다는 것. 그래서 퇴비를 포함한 어떠한 비료도 주지 않고 농약과 제초제는 커녕 농사의 기본인 땅도 갈지 않는 자연 재배를, 심지어 물도 거의 주지 않으면서 몸소 실천하는 이가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현장교수이자 송광일 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인 송광일 박사다. 그는 자연 재배를 통해 땅을 있는 그대로 두어야 식물이 지닌 본연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데, 사람이 손을 대는 순간 자연에도 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식물의 생존 방식까지 바꾼다. 비료나 퇴비를 주면 식물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사람에게 의지하여 살아가게 되는 것.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병충해나 수분 부족 등 애초에 스스로 해결하던 문제에도 속수무책이 되어 결국 고사하게 된다.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식물이 자라는 밭에 비료를 주면 겉으로 보기에는 빠르게 자라고 열매도 큼직하게 열립니다. 인위적으로 생명 물질인 질소를 공급했으니까요. 질소는 성장 촉진제와 같아 조금만 주어도 작물의 덩치를 키울 수 있어요. 한데 정작 식물은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 덩치만 컸지 세포조직은 연하고 약합니다. 몸이 부실하니 병충해에도 약하지요. 그래서 농약도 쓰게 되는 겁니다.” 비료를 먹어 약해진 농작물은 방어 능력이 없어 병충해에 약하기 때문에 또 사람이 도와줘야 산다. 그 때문에 그는 농약보다 비료가 더 문제라고 말한다.

자연 재배의 현장을 보고 싶다던 최시영 디자이너는 농장에 비주얼적 요소를 더해 힐링 가든으로 꾸미면 진정한 치유의 공간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벌레 먹은 농작물은 농약을 안 쳤다는 증거가 아니라 비료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어 농작물을 약하게 해, 결국 농약을 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기농 재배를 하는 농부가 사용하는 퇴비는? “퇴비도 비료다!” 망설임 없이 단언한 그는 식물 입장에서는 화학비료나 퇴비나 똑같다고 설명한다. “퇴비는 톱밥이나 왕겨, 볏짚 등에 가축 분뇨를 섞어 만듭니다. 문제는 이 가축 분뇨입니다. 여기에는 많은 양의 질소가 존재하는데, 식물이 질소를 흡수할 때는 화학비료나 퇴비나 모두 질산태질소로 흡수되니 차이가 없지요. 비료를 쓰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으려면 식물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최시영 디자이너는 15년째 놀리던 경기도 광주의 땅에서 송 박사가 쓴 <기적의 자연 재배>에서 하라는 대로 2년째 농사를 짓는 이. 한데 비료는 그렇다치고 퇴비까지 주지 말라는 데서는 깜짝 놀랐단다. 주위 농부들의 조언과 달라도 전혀 달라서다. “식구들 먹는 거니까 농약은 당연히 안 뿌리고, 가든에 관심이 있어 영국에서 베드bed(무토양 재배로 양액 재배)를 배운 터라 경운(땅을 갈아엎는 일)도 안 합니다. 그런데 비료나 퇴비를 주지 말라는 건 충격이었어요. 농사에 서투니 주위 농부가 다 제 멘토인데, 다들 농사짓는 데는 비료를 주는 게 당연한 거라고 하거든요. 그래도 고집스럽게 아무것도 안 줬습니다. 근데, 수확물이 맛이 없어요.(웃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2년째 자연 재배를 하는 텃밭 농사꾼 입장에선 안달이 날 만도 할 터. 여기에 송 박사는 자연재배 농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다림이라고 화답한다. “가든을 가꾸고 텃밭을 꾸리는 사람은 일반 농사꾼이 아닙니다. 천천히 자라도, 볼품없어도 가족을 위한 특별한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이죠. 땅을 그대로 두고 기다리면 몇 년 후부터는 진짜 좋은 농산물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인산 성분이 열매를 맺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에도, 비 온 뒤에 깻묵 액비나 목초액을 뿌리라는 말에도 흔들리지 마십시오. 모두 땅을 약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빨리’ ‘많이’가 나쁜 습관을 들이고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사람의 욕심입니다.”

하우스 재배는 물을 통제ㆍ관리하기 위한 것. 덕분에 그가 재배하는 농산물은 썩지 않고 당도도 높다. 구입도 가능하다. 문의 010-5879-4577
제발 땅을 그대로 둬라!
그는 농사를 짓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인 경운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땅심을 키우려면 건드리지 말라는 거다. 그래야 새 흙도 생기고, 땅도 진화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첫째는 바위가 부서져 흙이 되는 자연스러운 풍화작용이요, 바위를 부서지게 하는 식물이 둘째다. 새 흙은 식물의 뿌리가 점점 뻗어나가 부식되면서 생기는 것이지 비료와 각종 영양소를 듬뿍 뿌린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학창 시절, 자연 시간에 배운 내용이니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없다!”고 해야 옳단다. “그게 다 경운 때문에 생긴 오류예요. 튼튼한 나무는 뿌리가 깊은 게 아니라 ‘뿌리가 넓은 나무’입니다. 실제로 그래요. 식물의 뿌리는 본래 깊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비료나 퇴비를 주고 땅을 갈아엎으면 그 성분이 전부 땅속으로 들어가는데, 뿌리가 그 영양분을 섭취하려고 깊이 따라 들어가는 겁니다. 숲 속의 큰 나무를 보십시오. 큰 뿌리가 밖으로 뻗어 있고, 바늘도 안 들어갈 만큼 자잘한 실뿌리들이 지표면 가까운 데에 넓게 뻗어 있습니다. 자연의 영양원은 깊은 땅속이 아니라 땅 위에 모여 있기 때문이지요. 자연의 모든 식물은 땅 위에 얹혀서 살지,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1 하우스 안에서 자연 재배하는 색색의 치커리. 땅은 그대로 두고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자연 재배다.
2 송 박사가 키운 복숭아가 썩지 않고 말라 시들고 있다.‘기적의 복숭아’라 불리는 이유다.

그가 자연 재배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뿌리였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뿌리의 양을 늘려 생존 방식를 바꾼 것이다. 이런 땅에선 잡초도 뿌리가 깊지 않아 손으로 뽑으면 쑥쑥 잘 뽑힌다. 이것은 바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자 땅이 스스로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같은 작물을 매년 같은 토지에 재배해도 연작 장애도 오지 않는다. 이에 최시형 디자이너의 질문이 이어졌다.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심었는데, 다들 연작 장애가 와서 옮겨야 한다고 조언을 하더군요.” 송 박사는 경운을 한 땅에서 그런 오류를 겪는다고 거듭 강조한다. 식물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사람이 빼앗아 생긴 장애라는 것이다. “전통 농법에도 오류는 있습니다. 그걸 당연한 지식으로 받아들이면 자연 재배를 할수록 충돌이 있을 겁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저한테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자연에 있는 아카시아밭을 생각해보세요. 매년 꽃을 피우지 않나요? 또, 인삼은 한 번 심으면 20년 동안 그 밭에 다시 심으면 안 된다고 하지요? 그런데 산삼을 캘 때 보면 가족삼이라고 어미가 있고, 그 밑에 새끼가 있습니다. 연작 장애가 있다고 가정해도, 자연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다는 겁니다. 모두 사람이 만들어준 환경 때문에 생긴 장애입니다. 게다가 자연 재배로 땅심이 강해진 곳에서는 식물이 자신의 DNA를 땅에 기억시키기 때문에 땅을 갈아엎으면 오히려 자연 재배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꼴이 됩니다. 그러니까 땅을 자연 그대로 놔두세요.”

자연 재배하는 과수는 영양분을 흡수하는 실뿌리가 많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비료ㆍ무농약ㆍ무제초제ㆍ무경운으로 하는 자연 재배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듣다 보니 궁금증이 인다. 그냥 땅을 내버려두기만 하면 좋은가? 도대체 자연 재배에서 농부는 뭘 하나?

“먼저 자연 재배에 대해 정의해볼까요. 내가 정의하는 자연 재배란 ‘자연’과 ‘재배’의 합성어입니다. 모든 것이 땅에서 시작하는데 자연은 땅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고, 재배는 그 땅 위에 작물을 심어서 정성껏 기르고 가꾼다는 거죠. 작물을 일정 간격을 두고 심고, 너무 우거지면 햇빛이 안 들어와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니까 가지도 잘라주고, 열매도 너무 많이 열리면 작아지니까 몇 개에만 집중하라고 적과하고, 벌레가 먹으면 품질이 떨어지니까 과수에 봉지도 싸주고…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내도록 자식처럼 돌봐줘야 하는 게 재배입니다. 그래서 손도 많이 갑니다. 나 몰라라 방치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땅은 그대로 두라는 겁니다. 갈아엎고 비료 주고, 요상하게 하지 말자는 거지요.”

공간과 환경을 적절하게 확보해주며 정성으로 키운 자연 재배 작물은 일반 농법이나 유기 재배한 과일과 채소 못지않게 실했다. 신기한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증발해 시들고 마를 뿐이지, 썩지 않는 것. 그의 농장에는 지금도 작년 늦가을까지 하우스에서 재배하던 포도가 가지에 매달린 채로 말라 건포도가 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철거한 지 한참 된 대추토마토 열매가 방금 수확한 것처럼 그대로 있었다. 이미 그가 SNS에 올리는 인증 사진을 통해 본 것들이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맛은 달고 썩은 냄새는커녕 향긋한 향기를 풍긴다. 그는 이런 현상이 식물이 고전압 상태가 되어서라고 주장한다. 스스로 부족한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체내의 전기값을 올린다는 것이다.

땅을 가만히 두면 자생력을 회복한다. 여기서 자연 재배한 치커리를 자르면 고전압 물질을 함유한 하얀 진액이 나오는데, 쓴맛이 난다.
“모든 물질의 이동은 생물학적 전압의 차이에서 생깁니다. 비료가 없는 토양에서는 식물이 세포막의 압력을 높여 고전압 상태가 되지요. 이렇게 전기값이 높은 식물은 세포조직의 결합력도 강해 잘 썩지 않는 겁니다. 여기서는 미생물이나 병해충도 번식하지 못해요. 일부 고전압 미생물만 붙어 분해를 하는데, 그 미생물 덕에 발효를 하고 몸에 이로운 물질을 분비해 건강식품이 되지요. 김치, 된장 등 발효 식품이 그렇습니다. 반면, 질소가 함유된 비료를 준 식물은 저전압이 되는데, 성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기름져지다 보니 병해충은 물론이고 여러 미생물이 달려들죠. 여기서 독이 나오면서 빨리 썩는 겁니다.”

그가 새롭게 제시한 ‘전압 이론’에 따르면 빨리 수확하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비료를 준 식품도 저전압 상태가 되는데, 그는 이를 ‘패스트푸드’로 정의한다. 햄버거나 감자튀김, 치킨 등 빨리 조리한 것만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외부의 도움을 받아 빨리 자란 식재료도 패스트푸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저전압 음식에는 대체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것이 많은데, 자주 먹으면 사람도 점차 압이 낮아져 몸이 부실해진다. 그래서 비만, 알레르기, 아토피, 암 등 현대인의 대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입이 즐거운 저전압 음식을 탐한 대가로 치르는 부작용인 것. “옛사람에게 없던 질병으로 현대인이 왜 고통받겠습니까. 여기에는 먹을거리의 역할이 큽니다. 제 생각엔 가장 큰 원인 제공자가 바로 비료 덩어리 농산물입니다. 소비자도 눈으로 보기에 좋은 먹을거리를 고르지 말고 몸이 건강해지는 식품을 찾아야 합니다. 진짜 농산물이 어떤 것인지 소비자가 혜안을 가지면 생산은 따라올 겁니다.”

땅을 갈아엎지 않기 때문에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밭에 이전에 심은 당근이 스스로 자라났다.
운명으로 온 자연 재배
지금은 자연 재배의 계몽가라 불리며 새로운 가설인 ‘전압 이론’까지 세울 정도로 자연 재배에 열심이지만, 처음부터 자연 재배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경운도 단지 힘들어서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진짜 자연 재배였다. 그의 말마따나 모든 일이 ‘운명적’이었다. 어릴 적 꿈이 농부이던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고 소, 돼지를 많이 키웠는데, 당시엔 사료와 함께 풀을 베어다 먹였다. 그런데 틈날 때마다 베어다 먹였는데도 얼마 후에 가보면 강둑의 갈대와 억새가 쑥쑥 자라 있는 거다. 누가 씨나 거름을 주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 잘 크는 갈대와 억새가 그의 눈엔 참 신기했단다. 자연 속의 식물을 보면서 농사도 그렇게 지으면 어떨까, 생각만 하다 본격적으로 자연 재배를 시도한 게 1999년의 일이다.

“솔직히 그때 내 머릿속엔 자연 재배라는 게 없었습니다. ‘노 베이스No base!’ 그 생각뿐이었지요. 토양에 아무것도 없으면 식물이 내가 주는 대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오염되지 않은 땅으로 농장을 옮기고 아무것도 안 주는 것을 전제로 시작했습니다. 내가 식물의 제왕이 되자! 동물도 먹이로 훈련시키는 거니, 땅도 예전의 습관을 버릴 수 있게 일단 굶기고 본 거죠. 근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웃음)” 하긴 농사가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가. 게다가 자연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농지에 사람이 준 비료 성분을 제거하는 데 2~3년이 걸리고, 비료 성분이 제거돼 식물과 공생하는 미생물이 복원되는 데는 최소 3~4년이 더 걸린다.

“3년째를 맞았을 때도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작물이 노랗게 말라 죽어갔지요. 그렇게 마냥 기다리다보니 국화 꽃 몇 송이가 가지에 피더군요. 눈이 부실정도로 정말 근사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그의 농장 소문을 듣고 한달음에 왔다. 송 박사는 놀랍게도 시설 하우스에서 자연 재배를 했기 때문이다(이때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하는 농사 방식이 자연 재배임을 알았다고 한다. 이때까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이로운 농법이라 하여 ‘양생농법’이라고 불렀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온실에서 자연 재배를 한 것은 순전히 비를 피하기 위해서였어요. 질소가 그렇듯 수분이 풍부해지면 식물은 뿌리를 대폭 줄여 나약해집니다. 물을 통제하면 식물의 압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잡초 관리가 쉬워지니 하우스 재배를 하는 것이죠. 땅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물에게 필요한 만큼만 스프링클러와 점적 관수를 설치해 물을 제공했습니다. 땅이 건강해진 지금은 물도 일절 주지 않지요. 그래도 과수가 부러질 정도로 열매가 맺히고, 그 맛은 일반 농산물의 당도를 뛰어넘습니다. 고전압 식품으로 몸에도 좋지요.”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텃밭에서 제 가족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이가 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송광일 박사의 자연 재배야말로 건강한 밥상의 정도요, 진정한 치유의 방법이 아닐는지. “책을 쓴 것도 강의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자연 재배를 전파하고 싶어서 입니다. 밥상이 문제인데, 진짜 안전하고 좋은 농산물을 먹고 싶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물결이 일려면 바람이 필요한 법. 관심이 소비로 이어져 생산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자연 재배가 일반 농법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하우스 1개 동의 한 달 난방비만 1천만 원이라 어쩔 수 없이 휴지기에 들어간 그의 농장이 겨울에도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재배에 소비가 활발해지면 농장 수도 늘 테고, 그의 바람대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공동체도 절로 이뤄지지 않을까.

최시영 디자이너는 그에게 농장에 즐거운 요소를 더하라고 제안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터. “외국의 경우 밭을 가지고 노는 게 럭셔리 문화입니다. 농장에 비주얼적 요소를 더해 누구든 편안하게 들러 힐링할 수 있는 가든으로 만드는 거죠.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고, 사색의 장소로 가든만 한 곳이 없습니다. 우리의 시골 텃밭이나 농장도 가든 형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꽃밭이란 말도 있잖아요. 밭에 꽃을 심으면 수확 후 꽃이 남고, 그걸 판매할 수도 있으니 농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겁이다. 특히 우리나라 야생화를 심으면 손도 많이 안 갑니다. 대지 예술이 별게 아니에요. 허수아비 하나를 더하고, 고추나 오이, 방울토마토 등 가지를 타는 식물도 그 모양을 디자인하면 밭이 예뻐집니다. 농장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겁니다.”

▶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기적의 자연 재배>의 저자인 송광일 박사의 강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진정한 건강 먹을거리인 자연 재배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리가 될 겁니다.
일시 2월 26일(목) 오후 2시 장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1층 모이소
인원 30명(선착순 마감) 참가비 1만 원(현금 결제만 가능)
신청 02-2262-7222, ekpark0716@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