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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의 이야기

하다 보니 되더라, 절정이더라,

하다 보니 되더라, 절정이더라, 행복하더라!록 밴드 인드키와 리드 보컬 전하진 의원

평균 나이 57세, 집에서는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고, 각자의 분야에서는 관록의 힘을 드러내는 평범한 여섯 남자가 음악에 출사표를 던졌다. 40년 동안 쌓아온 끼와 열정을 발산하느라 직접 작사한 타이틀 곡을 세 개나 담아 정식 앨범도 발표했다. 인하대학교 록 밴드 인드키INDKY와 리드 보컬 전하진 의원의 얘기다.

 

(왼쪽부터) 인드키 팀의 막내이자 세컨 기타 주자 정승언 씨, 리드 보컬 전하진 의원, 큰 형이자 베이스 주자인 홍동수 씨, 키보드 주자 원태연 씨, 드러머 김민중 씨, 기타 유병훈 씨.
2014년 12월 22일 오후 2시, 분당 휴맥스 아트홀. 데뷔 무대를 시작하려면 아직 다섯 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공연장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다. 인하대학교 록 밴드 인드키(인하인의 꿈을 여는 열쇠)의 14학번 새내기들이 리허설을 마치자, 바통을 이어받은 여섯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각자의 악기를 점검하며 손가락과 목을 푼 뒤, 드러머 김민중(58세, 사업가) 씨의 노련한 솜씨에 맞춰 기타 정승언(56세, 교수) 씨와 베이스 홍동수(60세, 건설가) 씨의 연주가 시작됐다. 그와 함께 인드키 1집 앨범 뮤직비디오에도 큐 사인이 떨어졌다.

“팔자걸음 보기는 좀 그래도 그냥 그런 줄 알고 걸었지. 무심결에 놓쳐버린 팔자를 일자로. 당당하고 반듯하게 가슴을 펴고. 힘차고 여유 있는 내 모습을 즐기고 사랑할 거야.”

인드키 1집 앨범의 타이틀 곡 ‘팔자걸음’은 밴드의 리드 보컬인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직접 가사를 쓴 것.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한때는 기타도 노래도 못한다고 여겨 음악을 포기했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즐기고 사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제가 처음 밴드를 시작할 때는 노래도 못하고 기타도 못 쳤어요. 학부 때는 베이스 기타를 쳤지요. 그 당시 해변가요제 참가를 앞두고 있었는데, 글쎄 일주일 전에 우리 보컬이 군대에 가버린 거야. 그래서 어째? 노래 부를 사람이 없으니 내가 노래를 불러서 떨어졌지.” 그렇게 1987년 이후 기타를 잡은 적 없는 그가 다시 밴드 활동을 정식으로 시작한 건 5년 전. 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때 느끼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선후배들과 뭉쳐 팀을 결성한 것이다. 인드키의 1기 기타 주자 유병훈(59세, 사업가) 씨를 주축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한이 남은 1~3기 멤버들이 모였다. “교수, 사업가, 정치가 등등 직업도 다양해요. 그런데 우리는 만나도 서로 뭐 하고 사는지 물어보지도 않아. 노래 얘기, 악기 얘기에 빠져 있죠. 그리고 이 팀이 이렇게 오랜 시간 유지되는 건 어릴 때 쌓은 팀워크가 있어서예요. 선후배니까 아무래도 끈끈하지.”

멤버들이 정한 연습 규칙은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씩. 매달 묵은 때를 벗기는 느낌이란다. 분당, 인천, 산본 등 각지에서 멤버들이 모이다 보니 연습실도 계속 바뀌었는데, 부평과 홍대 등지를 맴돌다 운명처럼 지금의 주니네트웍 엔터테인먼트를 만났다. “1년 전인가 한창 연습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주니네트웍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CD를 한 장 내자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우리 연습하는 모습을 녹음해주는 줄 알았지. 근데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라는 전 의원의 말처럼 주니네트웍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대중들 사이에서 7080 음악이 재조명받고 있거니와 남들은 황혼이라 여기는 나이에 자신의 꿈과 끼를 묵묵히 밀고 나가는 이들의 행보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앨범이 될 거라 판단해 곧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

1 인드키의 데뷔 무대를 보러 온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2 ‘팔자걸음’을 포함 전 의원이 직접 작사한 세 곡이 담긴 인드키 1집 앨범.

행복의 샘이 솟구치는 사람
앨범의 타이틀 곡 ‘팔자걸음’을 포함해 ‘행복하더라’ ‘샘물’ 세 곡은 모두 전 의원이 노랫말을 지었다. 어디서 나온 노랫말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돌아왔다. “저는 제 묘비명도 미리 써놨지만, ‘나의 작은 날갯짓이 언젠가 태풍이 될 거라는 사실을 늘 기대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항상 새로운 날갯짓을 하며 도전하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해왔어요. 봉사 활동도 하고 영어 회화도 하고 보이스카우트도 하고, 그러다 보니 밴드 활동도 하고 창업도 하고 회사도 만들었다가 망해도 보고…. 강연을 1년에 1백여 차례 이상 다닌 적도 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제일 관심 있는 주제가 뭐냐, 바로 ‘행복’이에요.” 전 의원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가,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노래 ‘샘물’의 가사는 이렇게 시작해요. ‘행복은 억지로 주워 담지 못해. 무한히 샘솟게 할 수 있는 것’. 행복이 내면에서 샘물처럼 솟구치게 하려면 자신만의 행복 잣대가 필요합니다.

그걸 어떻게 갖느냐?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는 TED 강연으로 유명한 영국 교육학자 켄 로빈슨 교수는 그걸 ‘엘리먼트element’라고 정의했어요.” 타고난 재능이 열정을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며 희열을 느끼는 상태가 바로 엘리먼트, 전 의원의 노랫말 속에는 ‘절정’이라 표현되어 있다. 무언가를 미치도록 좋아하면 절정이 오고, 그러한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엘리먼트, 절정은 ‘하다 보니 되더라’의 결정체예요. 꾸준히 하면 늘게 마련이지요. 근데 정비례로 느는 건 절대 아닙니다. 안 되다가 안 되다가 포기하려는 어느 순간, 점프업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절정감을 경험해본 사람은 달라요. ‘아, 내가 꾸준히 하면 엘리먼트가 오는구나’를 알기 때문에 내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행동에 옮기지요. 내면의 잣대를 위해서 뛰는 겁니다.”

전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등생은 엘리먼트를 쉽게 경험할 수 있지만 다른 아이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아이들을 ‘공부’ 라는 잣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젊은이는 학교에서 공부 때문에 핀잔을 듣고 부모님에게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학창 시절에 엘리먼트를 경험하지 못하니 다른 일을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요.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변만 뱅뱅 맴돌다, 재미없게 살다 목적 없이 죽는 거예요.” 강연을 하며 전 의원은 자신의 엘리먼트를 돌아보게 됐다. “묘비명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도 된 거겠죠?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던지고 용어도 만들고, 얼마 전 둘째 딸 결혼식 때는 딸 친구들 이랑 축가도 불렀어요.” 이러한 도전의 날갯짓으로 시작한 음악이지만, 사실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는 관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봐야 한 달에 두 시간 그것도 저녁 시간인데, 음악을 통해 자신에게 엘리먼트를 제공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면서.

1 넘치는 끼를 발산 중인 전하진 의원. 아마추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무대 매너도 멋졌다.
2 5년 전 처음으로 인드키 멤버를 모았다는 기타 주자 유병훈 씨.
3 베이스 주자 홍동수 씨와 호흡을 맞추는 리드 보컬 전 의원.

세대 공감 행복 콘서트를 열다
아마추어 록 밴드라고 시시하게 본다면 오산. 자칭 타칭 매니저를 자처하며 인드키를 좇는 동아리 후배들까지 거느리고 있을 정도다. 연습을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매니저 후배가 인하대학교 ROTC 체육대회가 있다며 공연을 부탁했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밴드는 아니니 부탁하는 공연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밴드의 운영 원칙! 이들은 학교 연습실에서 악기를 꺼내 신나게 공연하고, 그날 받은 수고비로 동아리 후배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후배들이니까 같이 얘기를 나누는데, 아뿔싸, 나이 차이가 워낙 많이 나기는 하지만 대화 주제 자체가 너무 다른 거예요. 똑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좋아하는 장르가 아예 다른거지. 너무 생소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의원은 그날로 선후배가 함께 하는 콘서트를 기획했다. 뭐든 도전 해보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생각도 실행도 빠르다. “우리가 느낀 그대로 ‘세대 공감 콘서트’라고 이름 지었어요. 신촌역 사거리에 있는 퀸라이브라는 작은 홀에서 첫 공연을 했는데, 우리 OB 멤버들과 1학년 새내기 팀이 함께 노래도 만들고 했어요. 비틀스의 ‘Hey Jude’ 같이 모두 아는 노래도 함께 부르고. 그리고 중요한 거 하나, 공연에 꼭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어요. 그래, 바로 이거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서로 대화하고 음악으로 섞이니 얼마나 좋나!” 그렇게 매년 세대 공감 콘서트를 이어왔다. 그러다 1여 년 전 주니네트웍 엔터테인먼트의 제안을 받고 곡 작업을 마쳐 지금의 2014년 세대 공감 행복 콘서트에서 1집 앨범 데뷔 무대를 열게 되었다.

객석에 가득 찬 관객은 2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펙트럼이 넓었다. “제 친구들이 50~60대, 인드키의 현 멤버들이 20대 그리고 우리의 부모세대까지 한자리에 모였으니 말 그대로 2080이지요. 자,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자리에서 세대 갈등이 있을까요?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사회가 무엇으로 통합할 것인가? 그건 문화밖에 없는 거죠. 서로 대화하고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에요. 같이 음악을 듣고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모도 아이를, 아이도 부모를 이해하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아이가 엘리먼트에 도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고요.” 타이틀 곡 ‘팔자걸음’의 유쾌한 비트를 시작으로 ‘행복 하더라’ ‘샘물’을 차례로 열창했다. 선글라스에 패턴이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고 무대 위에서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발산하는 그와 인드키 멤버들은 영락없는 ‘꾼’들이었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을 맡은 인드키 38기 멤버들은 대학교에 들어온 지 1년 남짓 된 새내기지만 선배들 덕분에 꿈이 생겼다고 말한다. 드럼, 베이스 기타 모두 입학 후에 배운 실력이라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선배들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앨범도 내고 엘리먼트도 경험할 수 있을거란다. “하다 보니 되더라 꾸준하게 늘더라 미치도록 좋아하니 절정이더라” 라는 ‘행복하더라’의 가사처럼 말이다.

*록 밴드 인드키의 ‘세대 공감 행복 콘서트’는 올해로 20대의 마지막 줄에 들어선 기자에게도 많은 의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찾고 행복을 좇는 일은 비단 20대만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지요.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더라’라는 선배의 진심 어린 경험담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됩니다. 올 한 해만큼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도 엘리먼트와 절정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겠지요?

인드키 멤버들이 말하는 ‘행복’
기타 유병훈(59세, 사업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젊을 적에 하던 음악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었죠. 그리고 만나서 술이나 마시고 노는 것보다야 과거를 추억하며 연습하면 재미있어요. 그리고 일렉트로닉의 소리가 짜릿하거든요. 옛날처럼 손발을 맞추는 과정도 즐겁죠. 제가 음악을 하다 보니 회사 직원들도 좋게 봐줘요. 그러다 보면 허물없이 지내게 되고 서로 가까워지고 음악으로 소통합니다.
베이스 홍동수(60세, 건설가) 학교 다닐 때부터 다들 끼와 열정이 많았어요. 교수님도 뭐가 될까 걱정하곤 했는데, 국회의원도 되고 교수도 되고, 기업체 대표도 되었죠. 무대에서의 열정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원동력이 된 거예요.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요. 말 잘 듣고 착한 학생보다는 끼와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자기 방면에서 열정을 불태워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고요. 좋아하는 것만 해도 짧은 세상,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저지르고 봅시다.
키보드 원태연(57세, 직장인) 우리 모임은 음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이 많고 그 인연이 고마운 만남이에요. 사회에서 만나면 어려웠겠지만 60을 바라보는 이나이에도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어디 쉽습니까? 그저 즐겁고 행복하니 음악을 핑계 삼아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럼 김민중(59세, 사업가) 다른 생각 없이 한 달에 한 번씩 연습하고 그 연주 실력으로 콘서트를 하면 그게 행복인 거죠. 나이 먹어서 하는 취미 생활이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어요, 중노동입니다. 하지만 올해까지 벌써 40년을 이어온 만남입니다. 우리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고 대견해요.


손지연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