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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4)‘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경향신문   2007-12-23 19:05:19]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공약 ‘학교만족 두배, 사교육 절반’의 핵심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이다. 이당선자는 “역대 정부가 사교육 문제를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며 “학생들이 학교 교육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만족도가 높고 사교육이 필요없는 다양한 학교 300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다양한 학교 300개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 고교 50개’를 뜻한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이당선자는 현재 전국에 6개 있는 자립형 사립고에 비해 법인전입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재정 규제를 풀면 최소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인전입금 수준을 현재보다 더 낮추면 그 부족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 요건인 법인전입금 20% 수준에서도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에 이르는 현실에서 법인전입금 규모를 더 낮춰 자사고가 설립되면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자사고가 사교육과열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에 특목고 49개, 자립형 사립고 6개 등 총 55개의 ‘입시명문고’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100개의 자사고가 더 생긴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해 자사고에 입학한 이후에도 사교육비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강영혜 박사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재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보다 더 많은 과외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특목고를 늘리는 것이 고교생들의 사교육 수요를 완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교육업체가 대거 자사고 설립에 뛰어들어 ‘자사고-사교육 복합업체’가 출현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도 (주)대교가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 전문학원인 페르마에듀와 손잡고 서울 은평뉴타운 지역에 자사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교육연구소 이범 정책위원은 “한마디로 자사고 시장은 돈이 된다”며 “자사고 설립 법인이 학교 운영자금으로 투입한 돈의 몇 배를 자사고 입시 시장에서 뽑아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이당선자는 농촌, 중소도시, 대도시 낙후지역 등에 기숙형 공립고교를 150개 지정해 “교육 때문에 지역이 낙후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농·어촌 거점 학교 180개 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이당선자의 교육혁신안에는 ‘부모가 농사 등 생계에 바빠 가정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인성·문화교육 등 전인교육에 대한 정책은 빠져있다.

또 이들 학교에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이 강화되면 입시명문고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상임총무는 “기숙학교를 단지 입시와 사교육 줄이기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자칫 재수생을 대상으로 성업 중인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의 모델이 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스터고교 50개=이당선자는 “학생의 특기적성을 살리면서, 졸업 후 취업과 진학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전문계 특성화고교를 집중육성할 것”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상당수 교육전문가들은 마이스터고교의 성격은 현 정부의 특성화고와 비슷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산업체, 시민단체 등과의 협약을 통해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개방형 자율학교의 향후 계획을 본뜬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실업계 고교를 특성화 고교로 바꾸는 과정에서 선린인터넷고, 한국조리과학고, 하남애니메이션고 등 일부 학교의 성공사례가 있었을 뿐 대다수 학교들은 이름만 바꿨을 뿐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연대 김정명신 운영위원장은 “마이스터고는 단지 재정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학생들의 변화하는 욕구와 관심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