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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능이 공장 같아요” 돌직구 던진 수험생들

“수능이 공장 같아요” 돌직구 던진 수험생들




돌직구 던진 수험생들 "수능이 공장 같았어요"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나면 언론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이 쏟아져 나옵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수능 오류가 발견되다보니 이번에는 '수능개선위원회'까지 만들어지면서 수능을 다시 점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빠진 것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능을 치르는 당사자, 수험생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수험생들은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수능을 치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들고 불합리하다 생각되는지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는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수능을 앞둔 고2부터, 수능을 막 치른 고3, 그리고 수능을 치르고 대학을 경험해 본 대학교 1학년까지 학생 30여 명이 모여 현실에 대한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패턴에 익숙한 아이들을 만드는 느낌이예요"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의 현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한 학생은 수능을 공장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공장에서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듯이 문제풀이만 많이 해서 패턴에 익숙한 학생들을 배출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학작품을 정답이라고 정해놓고 주입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학은 어떤 원리를 적용할까 고민하며 풀이과정을 즐길 수 있는 과목이어야 되는데 '문제풀이' 과목으로 전락했다고도 했습니다.

한 학생이 학교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놓고 공부한다며 이게 과연 진정한 공교육이냐고 성토했을때는 참석한 모든 학생이 공감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문학 강사를 초빙하기도 하지만, 정작 책을 읽고 있으면 '시간낭비'라며 선생님들께 혼난다며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공부가 주는 설렘, 즐거움은 대학에 가서야 알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대학이 선호하지 않는 장래희망은 바꾸래요"

자기소개서를 위해 하루 아침에 꿈을 바꿔야 하는 현실에 대한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한 학생은 "친구 꿈이 어릴때부터 공무원이었다.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는 친구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야망이 부족해 보여 대학이 선호하지 않는다며 꿈을 바꾸라고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학생은 진로를 고민했더니 선생님이 성적에 맞춰서 과를 정하면 된다고 얘기했다 합니다.

모든 것이 입시에 맞춰진 고등학생들.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해 꿈도 바꿔야 되는 현실, 장래 희망까지 바꿔가며 대학에 가면 행복할까요?

간담회에 참석한 많은 학생들이 고3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야 나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가야 되는 고3때 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치일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전공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한 학생은 대학에 진학해서야 '꿈.미래.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좀 더 어릴때부터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만능을 요구하는 사회...쉴 틈이 없어요"

학생들은 고등학교 생활을 '팍팍하다'고 표현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내신관리도 열심히 해야 되고, 수능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되고, 그러다 방학이 되면 훌륭한 '스펙'도 쌓아야 돼 쉴 틈이 없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학교가 밤 10시까지 소위 말하는 '야자'를 하고 그 후에도 학원에 간다고 합니다.

심지어 외고를 졸업한 한 학생은 "졸릴 때 사용하라고 '스탠딩(Standing)책상'이 있었다. 학생들은 졸리면 거기 서서 공부하고, 그래도 잠이 깨지 않으면 차가운 복도에 나가서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잠을 깨기 위해 카페인 함량이 높은 박카스와 에너지 음료를 수시로 먹으면서도 운동은 전혀 하지 못해 건강을 챙길 수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줄세우기도 여전했습니다. 자사고를 나왔다는 한 학생은 "고1때부터 우열반을 나눴다. 모의고사와 내신으로 1등부터 50등까지 벽에 성적을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이 너무 심해 매일 하루 두 시간씩 자면서 열심히 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고 씁쓸해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대입, 사교육 없이는 안돼요"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한 학생은 고1때 선생님께 입시를 위해 뭘 준비해야 되냐 물었는데, "입시정책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니 모두 준비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모든 걸 준비해야 되는데 정보는 부족해 사교육 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사교육 도움없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한 학생은 하지만 혼자 모든 입시를 준비하다보니 너무 힘들고 각종 비용도 사교육하는 만큼 들었다면서 각 대학에서 좀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하고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비리가 많았던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모아 말했습니다.

씁쓸한 건 참석한 많은 학생들이 입시준비를 하면서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았고, 대부분 특히 스펙과 논술, 면접은 공교육만으로는 준비가 힘들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자주 들어야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건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한 학생이 그 동안 교육부 장관들은 공부는 많이 했을지 몰라도 현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3월이면 수능개선위원회의 '수능 개선안'이 나옵니다.수능개선위원회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자주 들었을까요.

거창한 개선안보다는 현장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개선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로가기[뉴스광장]수험생들이 말한 “입시제도 이것이 문제!”

우수경기자 (swoo@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