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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꿈의 학교'에 교육감직을 걸겠다

'꿈의 학교'에 교육감직을 걸겠다
교장·교감도 교사... 수업 들어가야"[인터뷰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15.01.19 15:53l최종 업데이트 15.01.19 16:36l유혜준(hjyu99)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황명래

"9시 등교는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을 그대로 받음으로써 학생들도 교육 정책을 만들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경험하게 해준 거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어야 하고, 학생 중심의 관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이 교육감이 학생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9시 등교를 전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앞으로 이 교육감이 무엇에 방점을 찍고 교육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근거가 될 것 같다.

지난 16일 오후 이재정 교육감을 만났다. 이 교육감은 직접 종이컵에 커피를 따라주면서 손님 접대는 직접 한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교육감은 "찻잔을 사용하면 (직원이) 설거지를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종이컵을 사용하게 됐다"라면서 양해를 구했다. 이전과 달라진 경기도교육감실의 모습이다.

이 교육감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꿈의 학교' 즉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을 "교육감직을 걸고 하고 있다"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또한 이 교육감은 양복 깃에 달고 있는 세월호 리본을 "교육감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그 이유를 "단순히 희생자와 실종자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책임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관행 깨기 위한 노력... 교장·교감도 수업 들어가야"

- 직접 커피를 주시니, 경기교육청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권위적인 면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교육계가 특히 권위의식이 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보기에 꼭 권위 때문은 아니고 오랜 관행 속에서 굳어 있는 거죠. 지난 역사를 보면 식민통치 시대와 군부 통치를 거쳤고, 민주적인 시대는 얼마 안 돼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정치 아래 살아왔기 때문에 그 틀에서 교육과 학교 문화가 유지돼왔던 거죠."

이 교육감은 "지난 6개월 동안 그런 오랜 관행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라면서 9시 등교를 예로 들었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을 그대로 받음으로써 학생들도 교육정책을 만들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경험하게 해준 거죠."

9시 등교와 관련, 이 교육감은 "학생 중심의 관점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그런 연장선상에서 "교장·교감이 수업에 들어가 교사들의 어려움도 느끼고, 학생들의 꿈도 직접 느껴보고 호흡을 같이 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학교라는 세계에서는 평교사부터 교장·교감·장학사·장학관에 이르기까지 교사라는 직분을 떠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교장·교감도) 같은 교사로서 공감대를 분명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교장·교감이 수업에 들어가셔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 교육감이 교장·교감의 수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 경기도 교육재정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200명의 기간제 교사를 줄이고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교장·교감, 수석교사들이 수업을 해주길 기대했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유혜준

- 관행을 깨는 건 쉽지 않습니다. 반발이 상당히 심합니다.
"반발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죠.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차제에 이런 담론들을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를 하고 성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 교직사회에는 성찰이 없었거든요. 왜 입시중심의 교육으로 가고, 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고, 왜 한 명도 아이를 못 구하고…. 이런 상황이 왜 왔느냐는 것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거죠.

이게 교육의 문제인가, 사회구조의 문제인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쟁과 독점, 자기중심의 문제로 자꾸 밀지 말고 학교와 교사들이 이런 체제가 가진 깊은 책임이 뭔지, 뭐가 잘못된 것인지 살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긴 한데 반발이 심하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에서 혁신은 다수의 지지에 의해서 이뤄질 수 없고, 소수의 도전과 개혁정신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호수에 조그만 돌을 하나 던져도 파장이 좍 퍼지지 않습니까. 우리 교직 사회가 그동안 교육계가 지탱해왔던 관행들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21세기 교육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계기가 우리에게 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세월호 사고를 통해서 교육계가 각성을 하고 깊은 성찰과 토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실제로 (이런 것이) 없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를 두고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사고가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에게,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최대의 사고였고, 사건이었죠. 이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제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재정 교육감이 세월호 리본 떼지 않는 이유

이 교육감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양복 깃에 달려있는 세월호 리본을 어루만졌다.

"이것을 달고 다니는 것은 단순히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그 책임을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교육감을 하는 동안은 계속 달고 있을 겁니다."

-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교육감이 되기 전에 생각한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교육감이 되기 전에도 교육과 관련이 있었지요. 성공회대 교수로 있었고, 통일부 장관일 때도 통일이나 평화의 문제가 새로운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돼야 하느냐는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이 많은 학생들을 포기하고, 많은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포기하고 있는 게 너무나 뼈아픈 현상이라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는 학교와 학교 간의 격차, 지역과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하고, 줄 세우기와 순위 매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잘못돼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황명래

이 교육감은 교육청의 청렴도까지 순위를 매겨서 발표를 하고 전국의 학생들도 학력고사를 통해서 순위를 매기고 있다며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교육현장이 순위에, 석차에 매몰돼 있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라면서 "그런 것이 가장 반 교육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보고, 학생들을 잘 격려해서 스스로의 세계를 잘 만들어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됐습니다."

- 교육감 일은 재미있나요?
"재미있습니다. 우선 첫째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상당히 재미가 있고요. 두 번째는 학생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한다면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세계가 얼마나 멋진 세계가 될까 상상하니 무척 재미있습니다. 저 아이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우리나라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 사회를 상상하면 정말 신이 납니다."

- 그 아이들을 위해서 추진하는 정책이 있을 텐데, 소개해주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어떤 꿈을 가지도록 도와주느냐는 것이죠. 신영복 선생은 꿈이라는 것은 '꾸어 온다'는 것에서 왔다고 얘기합니다. 누구에겐가, 어디에서 꾸어오는 것을 꿈이라고 한다면 그 꿈을 누구에게서 무엇을 꾸어오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신영복 선생은 꿈을 깨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헛된 꿈에서는 깨고, 정말 내가 꾸어올 꿈들을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아이들에게 어떤 꿈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가 제 관심사입니다.

'꿈의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꿈의 학교'는 그냥 학교가 아니라 교육 방법이나 구성, 운영이 다 다르고, 주제가 다른 학교입니다. 아이들의 꿈을 만들어주고, 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이 교육감은 소설학교, 시 학교, 드라마 학교 등을 '꿈의 학교'의 예로 들면서 "'꿈의 학교'는 발상부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학교처럼 어른들이, 교육청이, 교육부가 만들어서 거기에 애들을 모아놓고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가 골라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멍석만 펴놓고 거기서 아이들이 와서 뛰놀게 만들어주는 거죠. 그게 '꿈의 학교' 개념입니다."

"자유로운 학교 만들어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자"


이 교육감은 "기존의 학교에는 절대로 부담을 안 주고,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들에게 별도의 부담을 주지 않고 독립된 기구로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 그렇다면 '꿈의 학교'는 현재의 학교와 이원화되는 건가요?
"현재의 학교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벗어날 수 없잖아요. 자유학기제가 나오긴 했지만 그건 극히 부분적인 것이고, 실제로 초·중등학교는 의무교육으로 국가가 내놓은, 움직일 수 없는 시수와 교과내용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과정도 시수와 교과과정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이것 외에 교과가 다룰 수 없는 내용을 방과 후에 아주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 그런 생각이죠."

-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의 입시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학부모들이 반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들 가운데 아이를 아주 우수하게 길러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이런 학교를 선택하지 않겠죠. 학원에 보내시겠죠. 그건 막지 않습니다.

학부모들 가운데 아이들이 뭔가 잘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꿈의 학교가)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나는 그 학생들, 또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잠자던 학생들, 또는 학업에 취미가 없어서 불만인 학생들, 이런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꿈의 학교'가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 이 교육감은 "어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좋은 대학을 가려면 상상력을 기를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라면서 "그런 분들이 학원보다 '꿈의 학교'를 선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