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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수업중 엎드린 조희연 "자는 학생 이해한다"

수업중 엎드린 조희연 "자는 학생 이해한다"

서울시교육감, 일일 '고딩 체험'... 학교혁신·수업혁신 강조

14.10.23 15:03l최종 업데이트 14.10.24 15:58l선대식(sundaisik)

▲ 교복입은 조희연 교육감에 마냥 신기한 학생들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 유성호

오전 7시 30분 서울 양천구 신정동 금옥여고 앞. 멀리서 불량스러워 보이는 학생이 교문으로 다가왔다. 몸에 꽉 끼는 교복에 단화를 신은 그는 손을 바지주머니에 푹 쑤셔 넣었다. 가방은 없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했다.

교복 가슴팍에는 '조희연'이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수행비서가 그에게 "불량학생 같아 보인다, 손을 빼야 한다"고 하자, 조 교육감은 그제야 손을 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가방을 건네받고 금옥여고에 들어섰다. 조희연 교육감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1학년 4반 33번"이라고 하자, 한 학생은 "저도 1학년 4반인데"라고 반갑게 인사했다.

23일 조희연 교육감은 1975년 고등학교 졸업 이후 40여 년 만에 고등학교 교복을 입었다. 그는 이날 고등학교 3곳에서 각각 1~3시간 '고딩 체험'을 나선다. 조 교육감은 점심시간에 찾을 영신고 남학생 교복을 입고 금옥여고로 등교했다. 조 교육감의 모습은 JTBC 인기 예능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한 장면 같았다.

환영하는 학생들 "일반고 생각해줘서 좋다"

▲ 조희연 "사과데이 학생들이 만들었다고?"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에서 평소 사과하고 싶었으나 미처 꺼내지 못했던 말을 친구에게 건네본다는 취지로 만든 '사과데이' 행사에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 유성호

▲ 교복입고 자기 소개하는 조희연 교육감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를 찾아 학생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조희연 교육감은 등굣길에 '애플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오는 24일은 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사과·화해의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만든 '애플데이'다. 친구들끼리 사과편지와 사과를 주고받도록 하는 이날 행사는 금옥여고 학생들이 직접 마련한 '아침활력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사과를 들어 보이면서 "오늘은 애플데이"라고 외쳤다. 한 학생이 "사과를 먹고 싶다"고 하자, 조 교육감은 "사과 편지를 쓰면 된다"고 일렀다. 조희연 교육감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 학생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좋은 교육을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몇몇 학생은 조 교육감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3학년 윤현진양은 "학생들 사이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인기가 많다, 지방선거 때도 많은 학생들은 부모님에게 조희연 교육감을 뽑아야 한다면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의 황은솔양은 "일반고를 생각해주는 면이 좋다"면서 "혁신학교인 금옥여고에서처럼 다른 일반고 학생들도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진로탐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민지양은 "국회의원이나 다른 정치인은 양복을 입고 와 학생들을 잠깐 지켜보다 갔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은 학생들과 함께해서 좋다"고 밝혔다.

조희연 교육감은 오전 8시 아침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1학년 4반 교실로 향했다. 조 교육감은 맨 뒷자리에 앉았다. 담임 교사가 일일 전학생이 왔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을 소개했다. 조 교육감은 쑥스러워하며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그는 "제가 학교 다닐 때와 지금 학교가 많이 다르다, (고등학생 체험은)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아침 조회가 끝난 후 학생들 대신 사과편지와 사과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교실을 찾았다. 그는 1학년 7반에서 자신의 이름을 맞추는 문제를 내기도 했고, 3학년 1반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수능 파이팅"을 외쳤다.

조 교육감은 오전 8시 20분부터 1교시 국어 수업에 참여했다. 당초 조 교육감은 인사만 하고 교실 밖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어교사는 웃으면서 "할 일이 있다, 공부하려고 하니 마음이 아픈 모양"이라면서 막았다. 이어 조 교육감은 학생들의 요청에 노래를 불렀고, KBS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처럼 진행된 수업에서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었다. "졸리다"면서 엎드리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엎드린 조희연 "자는 학생 심정 이해"

▲ 고딩 체험 나선 조희연 "자는 학생 심정 이해하겠다"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를 찾아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시늉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고등학생 체험 나선 조희연 교육감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를 찾아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조희연 교육감은 금옥여고 '고딩 체험'을 마무리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아침 일찍 등교해서) 졸리다, 자는 학생 심정을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9시 등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 연구팀을 만들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시행하게 되면 (학부모와 학생이) 불편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어 교사가) 상당히 재미있게 (수업) 하신다, 학생들이 몰입한다"고 말했다. "학교 혁신과 수업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모든 학교가 죽어가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학교를 살리는 데 가장 기본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의 모델을 전 학교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자사고에 대해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적 역동성만을 북돋는다, 이는 우리 학교가 보여야 될 많은 역동성 중 한 부분"이라면서 "그것에 관심이 없는 많은 학생은 다 잔다, 학교를 역동적으로 바꾸는 다양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 교육감은 학생 자살에 대한 걱정도 내놓았다. 그는 "수능시험을 볼 때가 되면 한 두 학생이라도 자살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면서 "폭력적인 입시경쟁 속에서 아이들이 시들어간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민들이 소망하는 달라진 한국 교육에는 입시 전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영사립학교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금옥여고의 경우, 설립자인 백금옥씨가 학교를 국가에 헌납해 공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설립자의 설립 취지가 반영되면서도, 운영의 공공성이 담보되는 학교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이날 낮에는 영신고, 오후에는 성남고를 찾아 '고딩 체험'을 이어간다.

▲ 교복입은 조희연 교육감과 함께 '찰칵'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에 교복을 입고 등교하자, 학생들이 조 교육감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고 있다.
ⓒ 유성호

▲ 학생이라고 안 봐주는 조희연 교육감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농구 경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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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육감 '인기 이럴 줄이야'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를 방문, 학생들의 싸인요청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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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넘버원 교육 아니라 온리원 교육 실현"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 조희연 교육감 "매일 먹는 학교 급식 마음에 들어?" 고등학생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이날 고등학교생 체험에 나선 조 교육감은 "우리 때 고등학교와 지금의 고등학교가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며 "현장에서 그 차이를 알면 여러 가지 정책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30년~40년 서양을 따라잡기 위한 산업화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은 넘버원 교육이었다"며 "1등을 육성해서 1등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줄 세우기식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넘버원 교육에서 온리원(only one) 교육을 실현하고 싶다"며 "1등이 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1등이 안 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꿈, 끼를 마음껏 발휘해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로 인증받는 오직 한 사람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