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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일반高 학생들 '예체능 갈증' 풀자 눈빛이 달라져

일반高 학생들 '예체능 갈증' 풀자 눈빛이 달라져


 

지난 4월 서울 도봉구 누원고에서 기타를 전공하는 예체능 계열 2~3학년 학생들이 기타를 연습하고 있다. 누원고 학생들은 같은 악기를 전공할 경우 학년에 상관없이 무(無)학년제로 실기 수업을 듣는다. /이태경 기자

[無학년제 예체능반 만든 서울 누원고]

"뭘 배우고 싶나" 물어보니 "음악·미술·체육" 대답 많아… 예체능반 꾸려 맞춤형 교육

62%가 대학에서 전공 살려… 소문듣고 자사고서도 전학 와


서울의 동북단인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누원고. 점심시간에 이 학교 음악실에 가면 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음악실 안에는 방음 처리된 작은 방이 10개 있는데, 방마다 학생 1명씩 들어가 피아노, 기타 등을 연습한다. 연주에 열중한 모습이 매우 진지해 마치 예술고등학교 같지만, 누원고는 전국 1500여 일반고 중 한 곳이다.

보통 일반고는 고2 때 문과반과 이과반으로 나눠 수업한다. 그런데 누원고에는 문·이과 외에 계열이 하나 더 있다. '예체능 계열'이다. 2학년 10학급 중 문과반이 6개, 이과반이 3개, 예체능 계열이 1개다. 점심시간에 음악실에서 악기 연주에 빠진 학생들은 음악을 전공한다.

이 학교에 예체능 계열이 생긴 것은 2년 전이다. 2010년 당시 김용성 교장(현 선사고 교장)이 공모(公募)로 누원고에 와서 보니 학교가 엉망이었다. 학생 간 학력 차는 크고, 생활 지도가 잘 안 돼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김 교장은 "이렇게 아이들을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교장은 '학생 개인에게 맞는 교육을 하고, 진로를 찾아주자'고 마음먹고 방법을 고민했다. 결론은 '공부하고 싶은 애들한테는 공부를 가르치고, 다른 걸 원하는 애들에겐 그걸 학교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1학년 아이들과 인근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 와서 뭘 배우고 싶으냐'고 설문조사를 했다. 뜻밖에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이라고 써낸 학생이 많았다. 그 아이들을 위해 '예체능 계열'을 만들었다.

2011년 1학년생을 대상으로 예체능 계열을 모집했다. 한 반 만들 생각이었는데 80명이 몰렸다.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온 학생, 예체능에 소질이 전혀 없는 학생을 걸러냈더니 열정이 충만한 학생 26명이 남았다.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2년 동안 자기 전공에 맞는 전문 과목을 32단위(1단위는 일주일 1시간 수업) 듣는다. 음악 전공 중 같은 악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학년에 상관없이 무(無)학년제로 실기 수업을 듣는다. 학교는 음악실과 미술실을 정비했고, 악기도 갖췄다. 예체능 교사도 6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 올해는 외부 강사 7명까지 초빙했다.

학교가 바뀌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무기력하게 앉아있는 아이가 줄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미술·체육을 배울 생각도 못 한 아이들이 꿈을 찾았다. 4년제 대학 진학률(재수생 제외)이 2011학년도 26%에서 2014학년도 37%로 올랐다. 올해 초 졸업한 예체능 계열 1기 학생 중 62%가 자기 전공 대학에 갔다. 기타 전공 3학년 윤영은양은 "예전엔 누원고 하면 주변에서 '별로'라고 했는데 이제는 공부면 공부, 예체능이면 예체능,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오고 싶어 하는 중학생이 많다"고 했다. 최근엔 자사고(자율형 사립고) 학생 4명이 예체능반에 들어가겠다고 누원고로 전학 왔다.

누원고를 비롯,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일반고 17곳이 23일 대전교육청 강당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대구 청구고, 인천 청라고, 부산 명호고, 광주 광덕고, 대전 복수고, 울산 남목고, 세종 세종고, 경기 서현고, 강원 하장고, 충북 충북고, 충남 홍성고, 전북 군산제일고, 전남 녹동고, 경북 영일고, 경남 창원신월고, 제주 제일고가 지역별로 우수한 일반고로 꼽혔다.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