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5분 지식동영상이 교실을 바꿨어요 | |
[함께하는 교육] EBS 지식채널e 활용 수업 현장 ‘지식채널e연구회’ 교사들의 지식채널e 교과수업 활용 사례가 학교 현장에서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식채널e를 단순히 시청하는 걸 넘어서 교육 콘텐츠로 활용하는 교사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 |
[함께하는 교육] EBS 지식채널e 활용 수업 현장“화면이 까맣게 되면서 알파벳 ‘e’가 날아왔다. 신기했다.”
지난 11일에 만난 경기 고양시 서정초 4년 한지원양은 지난해 수업시간을 통해 접했던 ‘이비에스(EBS) 지식채널e’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양이 3학년이던 지난해 담임을 맡은 서우철 교사는 수업시간에 지식채널e를 활용한 수업을 자주 진행했다. 혁신학교인 이 학교에서는 ‘주제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분리되어 있는 여러 교과목을 개념·생활문제 등 하나로 통합한 것을 말한다. 수학·경제·언어·환경·진실 등 60여개 주제로 이루어진 지식채널e는 이런 주제별 수업을 할 때 유용한 콘텐츠였다.
한양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겨준 수업은 ‘나의 동물농장’이라는 주제의 수업이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의 현실,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논란 등을 다룬 ‘나는 2억5천만원입니다’, ‘동물실험’ 편을 보고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글쓰기 활동을 했다. 한양은 “동물도 생명체인데 생명체를 돈으로 계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글로 썼다”고 설명했다. 글을 쓰기까지 영상으로 만났던 동물들의 현실은 교과서나 책에서 본 것과는 다른 여운을 남겨줬다.
“멸종 위기 동물이 처한 현실을 짧은 시간 안에 기억에 남도록 소개했다.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켜서 영상을 다시 봤었다.”
이 수업은 지식채널e 방송 콘텐츠에 서 교사의 글쓰기·토론 수업 설계가 더해져 완성된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지식채널e연구회 소속 서 교사가 지식채널e 콘텐츠를 교과수업에 적극 활용해보기로 한 건 2010년. 지식채널e를 그냥 보여주고 말 게 아니라 교과수업에 적극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본래 활동하고 있던 ‘협동학습연구회’의 교사들에게 전했다. 곧 ‘지식채널e연구회’가 꾸려졌다. 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각자 영상을 본 다음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관련 교과를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작업들이 쌓이면서 지식채널e 영상을 학교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담은 연수가 만들어졌다. 지난 4월, 티처빌(teacherville.co.kr) 원격교육연수원에서 개설한 연수는 초등교과와 연관되어 있지만 중등교사에게까지도 인기다.
지식채널e가 첫 방송을 한 건 2005년.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으로서의 지식을 다룬다’는 기획의도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그동안 9년 역사를 거치며 학교 현장에 유용한 교육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한지원양 말처럼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남겨준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암기정보 아닌 생각하는 지식 담아 해설 없이 글·음악·영상으로 구성 영상 익숙한 아이들에게 큰 효과 정답만 가르치는 기존 수업 대신 다양한 화두 던져 ‘열린 수업’ 유도 지식채널e는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동기 유발’ 콘텐츠로서 수업에 활기를 준다고 강조한다. 지난 15일, 서울 경원중 2학년 10반의 5교시 도덕 수업 주제는 ‘안락사’였다. 강웅용 도덕교사는 안락사에 대한 개념과 찬반 논란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하고, 지식채널e ‘남겨진 논쟁’ 편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강 교사는 지난해 거의 매 수업시간에 지식채널e를 활용했다. 강 교사는 “영상에 민감한 요즘 아이들에게 매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몇 개의 단어와 사진 등으로 알려줄 수 있는 콘텐츠”라고 평하면서 “5분 안팎의 러닝타임이라 수업 도입에 동기부여를 하기 좋다”고 했다. 신우석군은 “교과서로 뭘 할지 설명을 들으면 딱딱하고 재미가 없는데 아무 말 없이 글과 음악, 영상으로만 수업 주제를 말해줘서 집중하게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상은 배경설명 자료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강 교사는 나치 시대 부도덕한 의료 살인 행위가 이루어지던 장면이 나오자 “아까 내가 설명한 ‘미끄러운 경사길’(가파른 경사에서 조금만 미끄러지기 시작해도 결국 바닥까지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처럼, 남용의 여지를 허용하면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 사례를 말해주네”라고 설명했다. 영상을 다 본 학생들은 강 교사의 설명에 따라 ‘○×퀴즈’를 풀었다.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다”, “최초의 존엄사는 미국의 카렌양의 경우다” 등 퀴즈는 영상을 봤다면 누구나 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서우철 교사의 교실에서는 ‘지식채널e 노트’도 활용한다. 수업을 진행하다 지식채널e를 활용해 수업 소재와 관련한 심화 영상을 보여주고 노트에 영상에 대한 생각 몇 줄을 써보게 하는 것이다. 한지원양이 쓴 동물실험에 대한 생각들 등이 그 경우다. 안락사 문제처럼 찬반 의견이 팽팽한 주제일 경우,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서 교사는 “교과 수업을 마친 다음 관련 영상을 보고 더 깊은 내용에 대해 조사해오는 ‘점프과제’라는 것도 내준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장의 다양한 반응은 애초에 “지식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시청자에게 ‘화두’를 던진다”는 프로그램 기획의도가 정답 있는 수업에 지친 교사들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뜻도 된다. 프로그램이 던지는 메시지가 ‘A는 항상 A이고, A는 항상 옳다’는 식으로 정답을 정해두지 않았다는 점은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끌어내 ‘열린 수업’을 해보려는 교사들에게 호응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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