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

청소년에서 노인까지 ‘배움의 끈’ 다시 묶어요

청소년에서 노인까지 ‘배움의 끈’ 다시 묶어요


대구고 부설 방송통신중학교(대송중) 학생들이 입학식을 하는 모습. 대송중 제공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방송통신중학교를 아시나요


광주광역시에 사는 방아무개(18)양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다. 나이로 치면 고교(2년)에 다녀야 맞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1년 일반 중학교를 그만뒀다. 학교 수업에도 흥미가 없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학교를 관뒀다. 검정고시 준비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공부는 내 적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방송통신중학교(이하 ‘방송중’)를 알게 됐다.

현재 방양이 다니는 학교는 광주북성중학교 부설 방송중이다. 처음 등교했을 때 또래보다는 40대 이상의 어른들이 많았다.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방양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많은 어른들을 보면서 옆에서 내가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평소에는 사이버 학습으로 교과 수업을 듣고, 한 달에 두 번 출석수업을 통해 인터넷 수업으로는 불가능한 교과수업과 동아리·진로 활동 등을 했다. 특히 사이버 수업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되고, 자신감도 붙기 시작했다.

올해 나이 54살. 광주광역시에 사는 주부 윤아무개씨는 방양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 올해 초, 입학식에서 학생대표로 선서도 했다. 윤씨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공부에 대한 미련이 늘 남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교통방송을 통해 방송중이 개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입학 접수 시기를 놓쳐 아쉬워하다가 올해만큼은 반드시 학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원서접수 날 새벽 5시에 학교로 찾아갔다. 윤씨는 “이미 두 분이 와 계신 걸 보고 다들 열정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된 건 말할 수 없이 감사한 기회”라고 했다.

윤씨도 주중 사이버 학습으로 교과 수업을 듣고, 한 달에 두 번 학교를 찾아 출석수업에 참여한다. 방송중이라고 하면 으레 ‘혼자서 공부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윤씨는 “일반학교 이상으로 동아리 활동, 현장체험학습 등이 활발하고, 선생님과 학우들의 관계도 돈독하다”며 “곧 전북 임실에 있는 임실치즈마을에 체험학습을 간다”며 좋아했다.

두 학생이 다니는 광주북성중 부설 방송중은 대구고 부설 방송중과 함께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교한 방송중이다. 올해는 4개 학교(대전 봉명중, 수원 제일중, 호원중(의정부), 경원중(창원))가 추가로 개교해 현재 5개 시·도교육청에서 6개의 방송중이 운영 중이다. 방송중에서는 일반 중학교의 80% 수준의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일반 중학교졸업자와 동등한 자격의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모든 학교가 연장자순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광주의 경우,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연장자순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방송중 재학생 중에는 50~60대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대구고 부설 방송중은 다른 방송중과 달리 ‘성인반’과 ‘청소년반’을 나눠서 모집한다. 개교했던 지난해에는 성인반에 70명이, 올해는 105명이 입학했다. 청소년반은 1학년 16명, 2학년 24명이 재학 중이다. 학년별 정원은 성인반 175명, 청소년반 40명이다.

지난해 개설돼 현재 6곳 운영중

성인반·청소년반 따로 운영

동아리 등 학생간 관계도 돈독

일종의 공립형 대안학교 역할


성인반과 청소년반은 수업도 별도로 한다. 성인반은 월 2회 일요일에, 청소년반은 주 2회 평일에 등교한다. 청소년반 안에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과 ‘은둔형 성향’ 등 학생들 성향에 따라 등교일이 서로 다르다. 변태석 교무부장은 “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안 가면 일 없이 떠돌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데 주중 2회 정도는 학교에 나와 보살핌도 받고, 친구들도 만나며 공부하라는 뜻에서 주중 등교를 시킨다”고 설명했다.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에 몇 년 동안 떨어져 있던 학생들이 많다 보니 이곳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 중에는 ‘과연 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다. 변 교무부장은 “그런 점에서 일주일에 이틀 등교하고 나머지 날은 사이버 수업을 한다는 점이 학생들에겐 호감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학교의 청소년반의 수업 커리큘럼도 다른 학교들과도 조금 다르다. 커리큘럼은 크게 네 개의 군(대안교과, 동아리활동·스포츠클럽·자기탐색, 자유탐구-흥미 분야를 찾아 인턴십 활동 등을 하며 진로탐색을 하는 시간, 창의적체험 활동 등)으로 나눠져 있다. 또 개인별 맞춤형 심리상담, 인성, 진로교육 등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 커리큘럼 등에는 2년 전부터 대구 지역 교사들이 모여 ‘대안교육연구회’를 만들고, 일반 중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탁교육 등을 했던 경험을 반영했다. 변 교무부장은 “일종의 공립형 대안학교”라고 했다.

개교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라 아직까지 방송중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궁금한 점은 한국교육개발원 방송통신중·고등학교운영센터(cyber.ms.kr)에 문의하면 된다.

센터 강성국 소장은 “‘유러닝(Ubiquitous learning) 열린학교’, 즉 누구나 언제나 소외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학교가 방송중학교가 추구하는 목표이자 비전”이라며 “현재는 성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 또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중은 내년 서울, 강원(춘천, 강릉, 원주), 경남 진주 지역 등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