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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만남

한국서 1위면 전세계서… 놀라운 결과-서경이 만난 사람]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한국서 1위면 전세계서… 놀라운 결과

[서경이 만난 사람]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존경받는 기업 되려면 사회와 가치·방향성 같이해야
입력시간 : 2012.10.04 09:57:23
수정시간 : 2012.10.04 12:17:31

소비자 눈높이 맞춘 경영이 수입차 1위 비결
미래재단 통해 어려운 청소년 지속 후원할 것
한국 글로벌 선진국가로 한단계 도약 위해선
시장-사회 서로 신뢰 높이고 개방성도 키워야


"기업은 돈만 버는 조직이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에 가치를 뿌려 일반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의 그것과 궤를 같이해야 하며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면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고 존경을 받습니다. 이것이 선순환입니다."
선거철을 맞아 기업의 책임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요즘, 존경 받는 기업에 대한 김효준(사진) BMW그룹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의 가치관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토종 기업도 아닌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니 더욱 신선하다.

김 사장을 서울 회현동의 사무실에서 만나 개인과 사업,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김 사장에게 BMW 브랜드가 한국 수입차 업계 1위를 굳힌 비결을 물었다. 김 사장은 이 역시 한국 사회가 원하는 변화 방향에 기업 경영의 방향성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BMW코리아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지난 1995년, 자동차 시장은 생산자가 우위에 있고 소비자는 저 아래에 있었어요. 2000년 CEO가 된 뒤 업무의 모든 관점을 소비자 눈높이로 내리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후 국산차 업계까지 저희의 방식을 따라 한 것을 보면 저희가 정한 디렉션이 사회가 가는 방향과 맞았지 않나 싶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BMW코리아가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김 사장은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온 인물이다. 이런 그에게 '한국 사회가 이것만은 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시장과 사회가 믿음을 주고받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BMW코리아가 서울 양재동에서 중고차 직영점을 운영하는데요, 차량상태와 사고이력을 정확히 고객에게 알립니다. 그러니까 중고차 가격이 15%나 올라갑니다. 이것은 신뢰를 판 겁니다. 다시 말해 신뢰 프리미엄이 15%는 된다는 건데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사례입니다."

김 사장은 한국이 글로벌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가 보편성을 추구하며 균형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입차를 이유 없이 못으로 긁고 수입차에 주유를 거부한 주유소에 박수를 보내던 시절은 벗어났지만 전반적인 인식은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사장이 사회 전체의 신뢰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생각이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경우 순위는 매년 올라가지만 개방성 등의 분야는 여전히 꼴찌에서 1~2위를 다툽니다. 발전의 균형성 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기업과 사회뿐 아니라 개개인의 인식도 보다 글로벌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흐름이 형성되는 데 BMW도 역할을 했다고 보고요,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BMW, MINI, BMW모터라드(모터사이클) 등을 총괄하는 BMW그룹코리아의 CEO일 뿐 아니라 독일 BMW그룹의 정식 임원이기도 하다. BMW 역사상 최초의 현지인 사장인 김 사장은 한국에서 독보적인 성공사례를 남겼고 이는 독일과 각국 BMW 법인에 전파돼 마찬가지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BMW그룹의 임원들은 김 사장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다.

"지난해 본사 임원회의 기조연설을 제가 했는데요, 연설 직후 나온 첫 번째 질문이 BMW코리아에 대한 것이 아니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동력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교육열과 성공의지, 함께 가자는 응집력이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해줬습니다. 현대ㆍ기아차, 삼성, 포스코 등의 기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베이비컨트리(유아국가)가 아니고 중요한 글로벌 플레이어입니다."

BMW코리아의 성공은 세계적인 의미를 갖는다. 과거 프리미엄 자동차 1위는 100년 넘게 메르세데스벤츠였다. 그런데 BMW코리아가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 성공사례가 각국에 전파돼 BMW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성공의 열쇠가 무엇인지 묻자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인은 역동적이고 도전적이고, 역경을 뛰어넘고 성공했으며 모던합니다. 이것이 BMW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딱 맞습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 아래 열심히 일하고 도전적이고 성과를 확실하게 나누는 BMW의 기업문화도 한국 직원들과 잘 맞습니다. 한마디로 BMW가 추구하는 가치와 한국인의 정서가 잘 맞는 건데요, 저는 아주 행복한 CEO입니다."

최근 김 사장은 BMW코리아의 '리더십'에 유난히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수입차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는 AS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고객평가단도 운영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국 자동차 문화 전반의 발전을 위해 영종도에 드라이빙센터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대형 투자가 수반되는 사업을 먼저 함으로써 수입차 업계, 더 나아가 한국 자동차 업계를 리드하겠다는 의지다. "BMW의 드라이빙센터는 독일ㆍ미국에 있고 한국이 세 번째가 될 것입니다. 연간 BMW가 3만3,000~3만4,000대 팔리는 시장에서 8만평 부지에 700억원을 들여 트랙을 짓습니다. 왜 하냐고요? 자동차 산업은 이동기계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파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BMW 고객이 아닌 누구라도, 차가 없는 사람도 오기만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100% 오픈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문화를 진일보시킬 수 있는 획기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AS 개선 방안을 밝힌 데 대해 "기업이 약점은 좀 감추고 그러는 게 보통인데 있는 그대로를 펼쳐보겠다"면서 "진정성을 갖고 함께 풀고자 하는 노력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올해는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수입차 업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가치를 만들려면 그 사회가 가진 고민을 함께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1만4,000개 외국 기업이 한국에 있는데 한국에 뿌리 내린 기업으로 역할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모범답안을 우리가 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BMW코리아 미래재단입니다. 돈뿐만 아니라 BMW가 가진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풀어내자는 생각으로 창의적인 공헌활동을 해나가고 있어요."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독일 BMW 연구소에 보내 견학시키는 프로그램, 방학 때 밥을 굶는 학생들을 돕는 프로그램 등은 재단이 역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사업이다.

김 사장은 "방학 때 무상급식을 못 먹어 점심을 굶는 학생이 전국에 5,600명 정도인데 이 아이들을 불러서 함께 밥 먹고 공부하고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면서 "고객도 각자의 특기를 살려 봉사현장에서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에게 한국 사회의 후배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딱 하나만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승부는 마흔 이후에 걸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 상당수 직장인들이 40대 초반부터 고용불안을 느끼는 시대, 인생도 성공도 스피드가 중요해진 시대에 흔히 듣기 어려운 말이다. "마흔이 될 때까지는 자신에게 투자하고 내공을 쌓고 스스로를 다듬고 가꿔나가야 합니다. 너무 성급한 모습을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든 10년은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듣지 않겠습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도 역사·철학 등 인문학 공부에 열의


호기심서 시작한 일이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후배들 글로벌한 꿈꿀 수 있게 도우미될 것

맹준호기자 next@sed.co.kr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다시 가서 역사나 철학을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역사서ㆍ철학서ㆍ시집 등을 많이 읽고 있다는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은 인문학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인문학을 접했는데 이제는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까지 이어졌고 언젠가 모교인 한국방송대에 다시 가서 본격적인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학창시절 인문계 고교를 진학할 형편이 못 됐던 김 사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995년 BMW 상무로 영입될 때까지 덕수상고 졸업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후 무서운 학구열을 불태워 1997년 방송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연세대 경영학석사, 2007년 한양대 경영학박사학위를 잇달아 취득했다.

김 사장은 "젊은 시절 재무 분야에서 일할 때 숫자가 재무제표로 바뀌고 그것들이 전략으로 바뀌는 과정에 호기심을 가졌다"면서 "그런 호기심이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져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그의 리더십 역시 남들과 좀 색달랐다. 그는 "리더십은 앎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고 단언하며 "자신이 아는 것들을 어떻게 실천해나가느냐가 리더십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의 좌우명은 높은 곳에 오르려거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의 '등고자비(登高自卑)'다. 그는 "저는 먼 길을 아주 멀리 돌아온 사람"이라면서 "등고자비의 뜻처럼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늘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에게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미래 계획은 두 가지다. 첫째는 드라이빙센터를 멋지게 오픈해 운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중심으로 '주니어 캠퍼스'를 여는 것이다. CEO를 떠나 개인으로서의 목표는 후배 세대들이 보다 글로벌한 꿈을 꾸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도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약력

▦1957년 서울 ▦1975년 덕수상고 ▦1975년 삼보증권 ▦1994년 한국신텍스 대표이사 부사장 ▦1995년 BMW 상무 ▦1997년 한국방송대 경제학과 ▦1997년 BMW코리아 부사장 ▦2000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0년 BMW코리아 사장 ▦2003년 BMW그룹 임원 선임 ▦2007년 한양대 경영학박사